이전의 다이어트는 TV나 책, 주변인들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과하든 아니든 일단 효과가 있다고 하니 따라 하는 것이었다. '러닝머신 1시간, 근력운동 1시간', '삼시 세 끼 다이어트 식단만 먹기' 등은 당연히 버거웠고 금세 포기하는 일이 잦았다. 해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 한동안은 다시 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시도하고 또 못해내면 자책하고 하는 악순환이었다.
'작은 성취감'을 위한 다이어트를 할 때는 성취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누군가 하찮고 한심하다고 할 수준이어도 좋으니 내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목표만 잡았다. '주 3회 이상 계단 22층 오르기'도 몇 개월이 지났을 때의 수정된 목표였고 처음에는 '주 2회 이상 계단 10층 오르기'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워낙 재미없는 걸 오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운동도 자주 바꾸었다. 계단 오르기가 질리면 네잎클로버를 찾으러 2시간씩 걸어 다니기도 했고 필라테스를 두 달간 다녀보기도, 홈트로 댄스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다.
남들은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사 먹는 음식은 다이어트에 매우 위험하다고 했지만 나는 달랐다. 아침저녁을 다이어트 식단으로 했기 때문에 점심마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 평소 먹던 그대로 먹었다. 그 한 끼 덕분에 매일 다른 끼니들의 관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체중 체크의 경우에도 다이어트 중 너무 잦은 체크는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 다녀온 후 공복에 체중을 재면 전날과 한눈에 비교가 되었다. 그래서 전날보다 늘어나 있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평소보다 조금 더 관리했다. 오늘 저녁에 회식이 있을 예정이면 귀가 후 체중을 측정해서 얼마나 먹은 것인지 스스로 놀라게 했다. 마음을 다잡고 내일 더 타이트하게 할 수 있는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나를 지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이어트 중 회식이나 피할 수 없는 약속으로 체중이 늘면 그동안 노력한 게 물거품이 되는 듯해서 매우 스트레스가 되는데 매일 측정한 체중 덕에 그 변화의 루트가 보이니 다소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회식으로 체중이 2kg 늘어났어도 기존 관리대로만 하면 그것은 3일이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걸 알았다. 그리고 4일 차부터는 다시 감량이 시작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늘어난 체중에 '아, 이걸 또 언제 빼. 미치겠네'가 아니라 '음. 3~4일이면 돌아오니까 그 안에 약속을 잡지 말자'가 되었다.
[자존감 높이기]
자존감에 앞서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심각하던 시기, 나는 왜 이 모양이고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한참 심각하게 자책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극복기들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더 좌절을 불러온 적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줄여라, 일을 벌이지 말아라, 인정받으려 애쓰지 말아라, 부러워하지 말아라'라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더 스트레스였다. 다들 해내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자존감은 더 떨어졌다.
그런 생각을 애써서라도 할 수 없는지 계속해서 자문했다. 우울증이 있으면 긍정적인 사고 회로가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울증 회복에 먼저 집중했고 비교적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존감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이를 모른 채 그저 남들의 방법만 나에게 강요했다면 자존감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정말 중요했다. 물론 매우 어렵고 더딜 수 있지만 그렇게 한번 찾고 나면 꾸준히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