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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Apr 11. 2022

어쩌면 가족일지도 몰라, 다이어트와 자존감

다이어트와 자존감의 닮은 점(2)

나에게 맞는 방법 찾기


[다이어트]


다이어터라면 모두 아는 그것.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하기가 힘든 것. 그게 다이어트다.


이전의 다이어트는 TV나 책, 주변인들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과하든 아니든 일단 효과가 있다고 하니 따라 하는 것이었다. '러닝머신 1시간, 근력운동 1시간', '삼시 세 끼 다이어트 식단만 먹기' 등은 당연히 버거웠고 금세 포기하는 일이 잦았다. 해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 한동안은 다시 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시도하고 또 못해내면 자책하고 하는 악순환이었다.


'작은 성취감'을 위한 다이어트를 할 때는 성취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누군가 하찮고 한심하다고 할 수준이어도 좋으니 내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목표만 잡았다. '주 3회 이상 계단 22층 오르기'도 몇 개월이 지났을 때의 수정된 목표였고 처음에는 '주 2회 이상 계단 10층 오르기'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워낙 재미없는 걸 오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운동도 자주 바꾸었다. 계단 오르기가 질리면 네잎클로버를 찾으러 2시간씩 걸어 다니기도 했고 필라테스를 두 달간 다녀보기도, 홈트로 댄스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다.

남들은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사 먹 음식은 다이어트에 매우 위험하다고 했지만 나는 달랐다. 아침저녁을 다이어트 식단으로 했기 때문에 점심마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 평소 먹던 그대로 먹었다. 그 한 끼 덕분에 매일 다른 끼니들의 관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체중 체크의 경우에도 다이어트 중 너무 잦은 체크는 좋지 않다고 들었지만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 다녀온 후 공복에 체중을 재면 전날과 한눈에 비교가 되었다. 그래서 전날보다 늘어나 있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평소보다 조금 더 관리했다. 오늘 저녁에 회식이 있을 예정이면 귀가 후 체중을 측정해서 얼마나 먹은 것인지 스스로 놀라게 했다. 마음을 다잡고 내일 더 타이트하게 할 수 있는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나를 지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이어트 중 회식이나 피할 수 없는 약속으로 체중이 늘면 그동안 노력한 게 물거품이 되는 듯해서 매우 스트레스가 되는데 매일 측정한 체중 덕에 그 변화의 루트가 보이니 다소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회식으로 체중이 2kg 늘어났어도 기존 관리대로만 하면 그것은 3일이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걸 알았다. 그리고 4일 차부터는 다시 감량이 시작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늘어난 체중에 '아, 이걸 또 언제 빼. 미치겠네'가 아니라 '음. 3~4일이면 돌아오니까 그 안에 약속을 잡지 말자'가 되었다.



[자존감 높이기]


자존감에 앞서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심각하던 시기, 나는 왜 이 모양이고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한참 심각하게 자책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극복기들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더 좌절을 불러온 적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줄여라, 일을 벌이지 말아라, 인정받으려 애쓰지 말아라, 부러워하지 말아라'라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더 스트레스였다. 다들 해내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자존감은 더 떨어졌다.


그런 생각을 애써서라도 할 수 없는지 계속해서 자문했다. 우울증이 있으면 긍정적인 사고 회로가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울증 회복에 먼저 집중했고 비교적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존감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이를 모른 채 그저 남들의 방법만 나에게 강요했다면 자존감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정말 중요했다. 물론 매우 어렵고 더딜 수 있지만 그렇게 한번 찾고 나면 꾸준히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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