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노트(1)
아주 가끔 찾아오는 나를 비난하는 나
'나의 몰락'을 바라는 이들에게 춤으로 전하는 메시지라니.
아주 뒤늦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빠져 허우적대던 중 남자 버전 방송 전 크루를 뽑는 '비 앰비셔스'가 방영되었다.
유독 눈에 띄는 한 분, 노태현 님이었는데 눈에, 미소에 광기가 가득하다.
그것은 긍정의 광기.
가득한 자신감과 높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너무 즐거운 광기의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실력은 물론이고 무대 센스와 메시지 전달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분 홍보 글이 아니기에 본론으로 들어가면, 그런 그가 대중 투표를 위한 무대를 꾸민 영상에서 나는 최근 3일간 나를 괴롭힌 묘한 불편한 감정을 드디어 알아내게 되었다.
노태현 님의 안무 컨셉은 ''나의 몰락'을 바라는 이들에게 글로 전하는 메시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나의 몰락'을 바라는 듯 손가락질하는 나'에 대한 불편한 감정.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나에게만 가혹하게 높은 기준을 두는 습관이 한순간에 고쳐지지는 않는다.
물론 그 깊이가 현저히 얕고 빠져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다는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존재하기에, 나는 계속 성장 마인드셋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아직도 아주 가끔씩 찾아오는 '모두 응원하고 용서하고 지지하지만, 유독 나만 비난하는 나'를 다독이고 그만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그리고 학창 시절 오답노트처럼 실패 노트를 남겨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지우려 한 행동은 그것을 다시 불러냈다.
며칠 전, 나는 한 프로젝트 모임에서 있었던 일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 싫어 외면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부딪혀 보기로 하고 이야기를 했다.
오해였다.
혼자만 오해한 채 '이건 저에게 좀 손해인 듯해요.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까 이러네요. 늦게 말씀드려 죄송해요.'라고 말했고, 프로젝트 멤버분들로부터 그런 내용은 언급한 적이 없으니 안심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해인 줄 몰랐을 때도 그저 당사자인 나도 그땐 생각지 못했지만 이제와 문제가 보이는 것이니 당연히 멤버분들은 인지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반감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의 문제제기 말투 속에는 반감이 있었던 것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너무나 초조했다.
또 착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좋은 분들에게 나는 무슨 짓을 한 걸까? 괜찮지 않은데 나를 불쌍히 여겨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