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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Jun 01. 2022

'나의 몰락'을 바라는 이에게 글로 전하는 메시지(2)

실패노트(1)

당신은 그럴 수 있지만, 나는 그러면 안 됩니다.

 

약 2주에 걸쳐 개인사로 너무나 힘들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하고 있었다.

누구든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 아니 오히려 그런 힘든 상황에 그 정도만 생각한다는 것도 이미 좋은 분인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이기적인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밉다는 그분의 말이 늘 안타까웠다.

 

어제까지의 나를 누군가가 보면 그렇게 보실까?

수개월에 걸쳐 첫 프로그램 기획을 마쳤고 제발 많은 분들이 고통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바랐다.

내 번아웃, 우울증 회복기를 보신 분이나 현재 나와 상담을 하고 계신 분들은 일찍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 대상 특성상 무기력하고 자신은 변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가득한 데다, 뵙기만 하면 척척 해결해주시는 오은영 선생님 같은 유명인도 아니니 나를 어찌 쉽게 믿겠는가?

게다가 공지한 지 겨우 이틀이 지났는데, 1기인데, 대체 얼마나 큰 호응을 바랐던 것인가?

 

실패 노트(1-1)

 

프로젝트 멤버분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기에 앞서, '저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나요?'라며 한 번만 물어보았어도 그것을 문제로 두는 것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로 두었고 이야기했다 한들, 멤버분들의 잘못이라는 생각도 없었고 그렇기에 내 실수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늦게나마 조심스레 이야기한다며 시작했으니,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손가락질을 거둘 때가 됐다.

 

실패 노트(1-2)

우울증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또 그런 이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자체로도 충분히 나는 잘하고 있다며 모두 응원해주신다.

몇 명이나 관심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참여의사를 밝힌 분들께 집중하고 프로그램 취지대로 마음 에너지를 채우고 작고 하찮은, 그러나 소중한 성취감으로 동기를 부여해드리자.

그분들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다음 테마에서는 옅게나마 미소가 드리워지고, 또 다음 테마에서는 미소가 가득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내 기쁨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내게만 가혹한 기준의 높은 성벽을 낮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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