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떼쓰기 전에 안아줄게
무의식이 건네는 말 알아듣기
게으른 완벽주의라 좀처럼 무언가 시작하지 못했던 나는, 또한 그러면서도 무기력하게 있는 내가 불안했던 나는, 불과 몇 개월 여만에 참 많이도 변했다.
스케줄표와 해야 할 일 리스트가 가득하다.
재지 않고 시간만 맞는 것 같으면 일을 벌였다.
그래서 어제까지는 어서 이 모든 걸 해내고 싶어 불타올랐다.
눈이 뜨겁고 손에는 두드러기가, 3일 전부터 몸엔 소양감이 생기며 내 무의식이 말을 걸어왔는데 몰랐나 보다.
그다지 불편하게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는 일이 우선이라 그 정도는 감수할만했다.
번아웃을 부른 예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일이 많은 것은 같다.
그러나 예전의 나는 과한 책임감과 착한아이컴플렉스 등으로 '해야 해서 하는 일'의 과부를 겪었다면,
지금의 나는 성장이 즐겁고 그 '즐거움을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어 하는 일'이 가득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한 예전에는 일의 과부하로 쉬는 시간을 잘 가지지 못했는데, 지금의 나는 5일2쉼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워라코(어바웃번아웃 저자 신조어로, 일과 삶의 공존을 의미)의 형태로 잘 쉬며 일하고 있다.
'번아웃이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 없이 나름대로 잘 쉬고 있으니 별로 불편하지 않은 신체증상이 신호라고 생각지 못했나 보다.
그렇게 맞이한 오늘.
문득 '그냥 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무기력하지 않으니 일을 하려면 할 수 있는 기분이고, 할일목록을 어서 해내서 하나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또 오늘 하루를 쉰다고 해도 큰일이 날 것 같지도 않다.
늘 무의식이 착하게 말할 때는 무시하다 화를 내고 떼를 쓰고서야 봐주었으니,
오늘의 나는 그 아이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바로 들어주기로 했다.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