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숲풀 Jun 11. 2022

저는 전문가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가능한 이야기

"나만의 숲"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참여자 분과 두 번째 숲 여행 시간을 가졌다.


1시간 반의 이야기를 마친 후 들어야 할 강의도 있고 내가 해야 할 강의 준비도 필요해서 새벽이 되어서야 휴대폰을 열었다.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그 사이 힘든 상황을 맞이해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참여자 분의 문자였다.




나는 전문상담가가 아니기에 심리학 기반의 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예 뭘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뭐라도 해보려는 분들께, 수많은 방법 중 시행착오를 덜 겪으며 좋은 방법을 찾으시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자로서의 공감과 지지, 그리고 '나는 이렇더라.'정도의 참고할만한 해결책을 드릴뿐이다.

역시 이 참여자분께도 어떤 정확한 해결책보다는 이야기를 들어드리는데 집중하는 게 첫 번째였다.

그 마음을 안고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경험했던 감정과 너무도 유사했다.

분명 상황은 확연히 달랐지만, 전후 배경과 그때 느낀 생각, 지금의 두려움은 정말 유사했다.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는데 이렇더라, 그러나 정답은 아닐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려 운을 띄웠다.

곧바로 맞다는 답이 돌아왔다.


난 섣부른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멈을 권하려 했으나,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정확해요. 예전에 느낀 적이 있었는데 잊고 있었어요. 그 말이 맞아요."

그리고 진짜 원인은 내게 있으며, 바꾸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진심을 전해왔다.

글투는 확연히 달라진, 한결 편안해진 습이었다.




만약 내가 문자를 보았을 때 불안감을 없앨 당장의 해결책을 원하신다면, 나는 답을 드릴 수 없으니 전문가를 찾으시라 했다면 어땠을까? 그 새벽에, 그 고통 속에서.


만약 내가 문자를 보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는데 집중할 생각보다는 숙면을 취하시라거나 킬링타임 영화를 보며 잊으라는 해결책을 드렸다면 어땠을까?



내가 심리전문가가 아님을 몇 달 전부터 알고 계셨음에도 그분이 날 찾아오셨을 때는 분석과 해결책을 주기를 바란 게 아니셨을 터.

위로를 원하여 오셨을 그분께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희망이 생긴, 그런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험을 치르고서야 오답임을 안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