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맞이한 나무 때와는 달리, 계획이 앞서니 준비할 것들도 많다. 첫 번째는 임신 후 산전검사를 받아 수두를 제외한 항체가 전혀 없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미 임신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예방접종은 불가했고 임신기간 내내 외식할 때마다 뜨거운 물에 수저를 소독해가며 지냈다. 생각해보니 임신 확인하러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했을 때 자궁에 7cm나 되는 커다란 난소 근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었다. 보통은 난소 근종으로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나무는 참 대단하게도 용케 자리를 잘 잡았고, 출산과 동시에 근종 사이즈도 1cm로 줄어들었다. 여러모로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었다.
둘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결정하고 나니 갑자기 새삼스러워지는 것들이 몇몇 생겨났다. 일차원적으로는 부부관계가 마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절차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아무렇지 않던 소비 습관도 괜히 대상 없는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씩은 둘째가 생기면 일어날 변화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무에게 충만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보다 더한 노동을 감내하면서 다투지 않을 수 있을까, 재정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면 어쩌나, 나의 커리어는...? 그렇게 과연 우리가 둘째를 가져도 될까 의구심들이 들었다. 첫째 때는 생각 못해본, 부모의 자격이 우리는 과연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되었다.
친한 선배가 셋째 아이를 입양했는데, 입양 과정을 겪으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회에서 내가 한 아이의 아빠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양 가능성, 미래에 대한 계획, 등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의 정신적인 상태와 부부 사이의 관계의 탄탄함이라던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각자의 입양에 대한 태도까지도 모두 자격조건에 맞아야 한단다. 심지어 이런 절차 이후에도 사건사고가 많아 그때마다 자격요건이 더해져 꽤나 복잡한 과정이란다. 그런데 첫째와 둘째 때에는 아무런 증명 없이 거저 아빠가 되었다. 특히 물리적인 임신 경험도 없으니 더더욱 입양 과정과 이전의 두 아이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극명한 차이로 비교되었다고 한다.
앞일은 모르지만 두 아이가 각자 찾아오는 방법도 다르고 우리의 마음가짐도 다르지만, 이 순간이기 때문에만 알 수 있는 이 특별한 감정과 고민들에 새삼스럽게 감사해본다. 그렇게 또 오늘을 충만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보자는 다짐과 함께 둘째를 위한 준비를 하나둘씩 해나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