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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영 Grace H Jung Jun 06. 2023

화가의 양구일기 3_우리의 땅 구석구석이

양구 DMZ '제4땅굴' 스케치

2016년 3월 30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8일 차.


<제4땅굴>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침략의 도구였으나
이제는 연결을 위한 통로로



보석을 꿈에 보았다. 깜깜한 밤에 길에서 발견한 보석이 달린 장신구들.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파란 사파이어와 하얗게 깊이 있는 빛을 뿜는 다이아가 작은 알들로 어우러진 조그만 꽃모양들이 큰 꽃을 형성하는 모양이었다. 또 하나는 검은색과 짙은 잿빛 쥐색과 밝은 회색이 투명도를 달리하며 어우러진 천 재질의 머리 밴드였는데 은이 사이사이 율동적인 선을 형성하며 지나가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이제 보게 될 땅굴과 능선, 산의 채색을 고심하던 중에 꾼 꿈일 테지. 빛나는 파랑과 하양, 검은 그러데이션에 은선. 오늘 보게 될 땅굴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땅굴은 침략의 도구였으나 이제는 인간적 노력의 연결을 위한 새로운 통로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_2016/03/27 아침, 꿈에서 깨어나


<제4땅굴 두 개의 만남>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제4땅굴 북측> 종이에 먹, 21.5 x 16cm, 2016


능력보다 더한 일을 하고 나면 육체적, 정신적 고갈 상태에 빠지고 오히려 위축되고 마는 것이 인간인 걸까. 많은 흥분 속에 양구로 이주한 직후부터 무리한 작업일정을 지속했고 좋은 드로잉도 많이 나왔다. 어찌 전쟁을 치른 아브람에 비할까만은 마땅히 다시 가야 하는 사생을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은 나도 이와 같은 공황에 빠진 것 아닐까. 주께서 두려워말라 지켜주시고 상 주신다 하신다. 오늘 내 스케치북에 우리의 땅 구석구석이 담길 것입니다.


_2016/03/30 아침묵상(창 15:1-7) 중에: 두려워하지 말라




<제4땅굴 남측> 종이에 먹, 16 x 21.5cm, 2016


나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그로 인한 두려움을 아신 주께서 내게 숱한 돕는 이들을 붙이셨다. 통일관에서, 땅굴에서, 전망대에서 너무도 호의적이었고 따스하고 순박한 마음들이 날 크게 격려하였다.


_2016/03/31 아침묵상(창 18:13-14) 중에: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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