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대한민국. 자기 밥그릇은 타고난다며 아이를 낳는 시대는 70년대에 끝났다. 이미 어느 정도 부모의 지원을 받고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은 사랑만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없으니 많은 준비를 하고 결혼을 생각하는 추세다. 어디까지 준비가 되면 아이를 낳을까 기준도 제각각이니 출산율이 높아지기가 어렵다. 아이는 안 키워도 동물은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이해가 가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동물도 자식 삼아 키우려면 사랑과 지갑이 필수다. 강아지를 키우며 유치원도 보내고 별별 명품 브랜드의 옷으로 치장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개들은 인간과는 달리 부모를 평가하고 비교할 줄 모르니 그건 솔직히 인간 중심의 즐거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주체는 동물이고 지들끼리는 좋은 옷 입고 좋은 집 산다고 잘난척하거나 부러워하지도 않을 테니까.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그렇듯 나는 미용과 양질의 좋은 사료, 간식, 장난감(모래와 패드 등 포함) 그리고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나 영양제, 병원 치료비에만 돈을 쓴다. (이것만 해도 결코 적지 않다)
쿠키가 열 살이 넘어가면서 건강검진 항목이나 횟수가 늘어나 약이라도 타오는 날은 병원비만 25~30만 원이 나온다. 조금 물가가 비싼 지역의 동물 병원을 다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단골을 삼은 미용실이나 치료병원을 비용 때문에 바꾸고 최저가를 검색해서 멀리까지 찾아다니는 일을 하기엔 존재 자체로 효도하는 애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크림이도 가끔 사고를 쳐서 고양이 전문 병원으로 데려가 삼킨 걸 꺼낸다든지 하면 30만 원이 기본이다. 병원에 갈 때는 오로지 별일 아니기만 기도하며 가지만 화장실 드나들 때 마음 다르듯 솔직히 계산서를 받으면 한숨이 나온다.
비싸다 진짜!
강아지 의료보험이 절실하지만 먼나라 이야기이고 그렇다고 자식 삼은 반려동물이 아픈데 모른 척 병을 키울 수는 없다. 다른 곳에서 줄이는 수밖에.
병원을 다녀오며 나는 쿠키에게 속삭인다.
"엄마가 라운딩 하루 안 나가면 돼, 우리 아가. 라운딩 줄이고 그것도 안되면 당분간 골프 따위 끊을 테니까 걱정 마."
어쨌든 골프를 줄이든 식비를 줄이든 쿠키와 크림이를 제때 치료 잘 받게 하고 건강하게 키우려면 적금을 들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미용을 시킬 때도 무슨 이슈가 터질 줄 모르니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니 긴장이 된다. 20~30 만원은 별일 아닌 단순 방문만으로 나오는 기본 액수이고 만일 내시경을 하거나 관절 등에 문제가 생겨 외과적 처지를 받거나 심장 등 심각한 내과적 질환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이 정도 돈을 내야 한다면 골프를 끊는 것으론 어림도 없고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심장 질환이 유전되는 어느 순종강아지 다섯 마리를 아이 대신 키우는 지인 부부는, 그 강아지의 심장 치료비와 심장 박동 비로 연간 일이천만 원 대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대단한 고액 연봉자도 아닌지라 생활비와 강아지들의 치료비로 빠듯하게 산다고 했다. "자식이 죽어가는데 두고 볼 수는 없잖아." 그들의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단지 동물 진료 수가는 어떻게 매겨지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또한, 생명의 경중을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이렇게 비싸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은근 부아도 났다.
동네마다 병원마다 진료비 치료비 약값 모든 것이 들쭉날쭉한 현실에 결국은 농림축산부가 칼을 빼 든 모양이다.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병원비때문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여기서 내가 말하는 병원비는 노령견으로 접어들면서 수술비 등으로 엄청나게 지출되는 액수가 아니고 아프지 않아도 써야하는 예방접종비 중성화 수술비 미용비 사료비 패드 간식 및 장난감 등 소소하게 끊임없이 드는 비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사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은 버리고 도망가기 바쁜데, 그 주된 이유를 조사하기는 어렵다. (사람이라면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정도는 알기에 설문에 응할 리도 없고)
분명한 건 경제적 안정이 안 되거나 즉흥적으로 동물을 입양한 사람들에게는 병원비는 고사하고 사료나 간식 예방접종비 등 강아지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는 비용조차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고 쉽게 데리고 온 만큼 쉽게 버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랑은 기본이고 시간과 책임감,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졌는지 자격을 제한해야 하고 반드시 보유세 등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유기견이 발생하는 분명한 이유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반려인 천오백만 시대.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반려동물이 갖는 지위나 사회적 영향력도 커졌다. 그에 알맞은 법도 정비되고 제정되어야 하며 반려동물 치료에 관한 표준 의료 수가나 기준을 정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다.
머지않은 미래에 동물의 진료수가가 공개되고 동물 의료보험도 구축되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수의사협회와 동물 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동물 복지가 정착되는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그동안 쿠키와 크림이는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병원 갈 일이 많아지겠지. 내 친구의 지인은 이미 강아지 두 마리의 치료비로 한 달에 50만 원씩 적금을 붓고 있단다. 나 역시 이번 달부터 쿠키와 크림이에게 병원비로 쓰일 40만 원의 적금 통장을 만들었다.
**브런치만 해도 하트가 와르르 쏟아지는 예쁜 반려 동물에 관한 글들이 넘쳐나지만 병원비와 치료비 등에 대한 문제 제기나 고민에 관한 이야기는 보지 못해서 평소 생각하던 동물의 치료비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