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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Nov 04. 2022

솜사탕 고양이 크림양의 두 얼굴

그녀의 반전

크림이가 갑자기 밥을 안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옆에서 잘 자고 잘 놀고 그루밍도 잘했다.

걱정이 되어 고양이 카페를 찾아 가입을 다.

하루 몇 알씩 먹고사는 냥이도 있고 밥을 먹다 안 먹다 하는 변덕쟁이 고양이가 많아서 조금 안심이 됐다.


대소변은 건강의 척도, 틈만 나면 크림이의 화장실과 밥그릇이 있는 방을 들락거리며 신경을 썼다.  밥은 거의 안 먹는 게 확실한데 변도 가끔 보고  소변량은 평상시와 같았다.

마침 쿠키가 병원 갈 일이 있어 수의사 선생님께 문의하니 고양이는 스스로 다이어트도 하고 사람처럼 밥맛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하신다.


하지만 왠지  불안했다.

세 가지 사료를 각각 따로도 섞어서 담고 습식사료도 첨가하고 심지어 츄르 뿌린 밥까지  다섯 개의 밥그릇에 부페식으로 준비해봤다. 


다음날,  기대는 무너졌다.

다섯 개 밥그릇은  그대로였고 오로지 츄르만 먹으려 했다.

이젠 변도 안 본다.

어미의 촉이 발동했다. 불길해.

수척해 보이는 크림이를 안아 들고 몸무게를 정확히 재보니, 4kg였던  귀염둥이가 3.55kg!

 무려 450g이 빠진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50 kg인 성인 여자가 5~6 kg  빠진 셈이니 이건 심각한 중병의 전조 증상이었다.


날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고 다음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크림이는 평온하고 얌전하다.

발레 주차를 해주시는 분이 "어제는 강아지, 오늘은 고양이네요? "하고 웃으며 말을 걸다가 사색이 된 내 표정에 "어서 가보세요." 하신다.



겁에 질린 크림이를 촉진한 선생님은  변이 차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뭔가 막힌게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원인도  알아봐야 하니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미 예민해진 크림이는 눈은 새까매지고 낮은 목소리로 냐옹거린다. 경고의 목소리.

가만있어~ 나도 소심하게 경고해봤다.


피를 뽑기 위해  실장님과 내가 크림이를 잡고 머리엔 넥 카라를 씌웠.  그때부터 크림이는 발버둥을 치고 하악질을 하며 잡아먹을 듯한 소리로 니야옹 거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누운 채로  카악 카악 카악~하악질을 연달아 해대서 너무 놀랐다.

나는 2년간 순둥이 크림이의 하악질을 두 번 봤는데  평생 할 하악질을  하듯이 쉬지 않고 해댔다.


수의사 선생님은   크림이의 가늘고 하얀 팔에 능숙하게 노란 고무줄을 두른다. 얇은 크림이의 팔이 부러질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털 사이로 알코올을 문질러 소독을 하고 주사를 찔러 피를 뽑으려는 순간, 이 연약한 고양이는 사력을 다해 손을 뿌리쳤다. 피가 솟구치며 주삿바늘은 튕겨져 나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크림이에게 이런 모습이?

(중성화수술할 때와 고무를 삼켰을 때는  치료실에 따로 격리돼있다 나와서 전혀 몰랐다~)


모두 당황했고 혈액검사는 결국 포기. 마취를 시키고 하는 방법도 있지만 마취 자체가 너무 안 좋은 일이라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로 했다.


*내가 이병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유는

늘 동물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어느 병원이나 편하고 쉬운 검사를 위해 마취는 기본인데 여기는 가능한  마취는 피하고 늘 보호자를 참여시켜 모든 치료과정을 공개한다*

(게다가 S대 출신에 50대후반, 경력도 많으시다^^)


수의사 선생님과 내가 엑스레이 실에 들어가 크림이를 눕히고 속에 막힌 것은 없는지 보기로 했다.

영문을 모르고 겁에 질린  크림이는 차가운 금속의 침대 위에서 필사적으로 하악질을 하며 발버둥을 쳤다.

내가 크림이의 등과 다리를 잡고 선생님이 크림이의 목을 압박하자  조금 잠잠해졌다. 선생님이 크림이의 입에 조영제를 재빠르게 투입하고 엑스선 페달을 밟자 크림이의 몸 내부가 훤히 보였다. 식도를 지나 위, 장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조영제가  보인다.

"다행히 어디가 막힌 것은 아니네요."

나도 모르게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뱃속에 가득 찬 변.  변비였다.


알부민과 마늘주사, 장운동을 촉진하는 세 개의 주사를 맞기로 했다.

화가 잔뜩 난 크림이에게 어떻게 주사를 놓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여러 가지 히든카드가 준비돼 있었다. 온몸을 고정하는 찍찍이 있는 천과 넥 카라.


크림이의 몸을  내가 잡고 선생님과 실장님이 천으로 싸고 고정시키는 사이, 갑자기 녀석이  내 손을 있는 힘을 다해 물었다!

아얏!!!!! 금세 피가 맺히고 부어올랐지만 심각한 상처는 아니어서 계속 진행했다.

쿠키는 병원에서마저  얌전하고 착한데,  크림이의 분노에 찬 막무가내 행동이 놀라우면서도 귀여웠다.


*머리를 잡아야해서  조금밖에 못찍은게 아쉽다~^^


하루가 지나니 많이 가라앉았다.

집에 오니 근력운동 3시간은 한 듯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크림이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그루밍을 하고 작업 중인  내 노트 북위에 날름 올라와 식빵도 구웠다.

덕분에  컴퓨터는 꺼졌지만...뭐  괜찮아.ㅠㅠ


근데, 크림아.

너 알고 보니 솜사탕 개냥이가 아니라 호랑이더라!

하긴 자식 겉낳지 속낳나.

이미 인간 자식 두명에게 얻은 교훈 아니더냐. 



집에서는  솜사탕 호랑이


밥먹어 밥먹어!!
약 좀 그만 먹자,얘들아...엄마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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