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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Sep 21. 2021

오누이가 된 개와 고양이

쿠키 앤 크림이의 이야기

 쿠키는 아무리 생각해도 크림이가 이해가 가질 않는 것 같았다.

일단 만나면 서로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누군지 파악하고 인사를 나누는게 예의인데 도무지

허락을 하지 않다니,

과연 이 동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쿠키는 늘 의문에 휩싸여 있다.

 다가가면 캣타워에 바람처럼 잽싸게 올라가버리고 절대 곁을 안주는 하얀 동물.

눈만 뜨면 쿠키는 하루 24시간 크림이 주변을 떠나질 않았다. 때로 너무 지쳐서 체념하고 있으면

 크림이가 가까이 다가오는 때도 있긴 하다.


밀당의 귀재  크림이는 그렇게 희망 고문을 하다가 순진한 쿠키가 또 덥석 다가가면 피하거나 하악질까지도 한다.


결국 시간이 약이고 진심은 통하는 법.

크림이도 쿠키가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개오빠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된 듯 쿠키와

한 공간에 머물며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고

그렇게 쿠키앤 크림은 다정한 오누이가 되어갔다.

밀당의 귀재 크림이 앞에서 순진한 총각 쿠키는 어쩔줄을 모른다.ㅠ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도도하고 신비스런 크림이에 대한 쿠키의 관심은 사그라들질 않고...
쿠키의 정성이 통했는지 크림이도 마음을 열고 쿠키와  함께 자고 놀기도 한다.
크림이를 바라보는 쿠키의 눈빛이 애틋하다.대체 넌 누구냐? 쿠키는 6개월째에 접어든 지금도 궁금하다...

우리 집엔 오로지  킹사이즈 침대와 싱글 침대

그리고 티비만  있는 아늑한 침대방이 있다.

나는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주로 그 방에 틀어박혀 있는데, 껌딱지 쿠키와 크림이까지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다.

이 귀염둥이 털북숭이 두 마리와 함께

침대에서 뒹구는 시간은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

없이 충만하다.

 좌청룡 우백호를 품은  기분이랄까?


발을 뻗으면 쿠키가 팔을 뻗으면 크림이가

 때때로 두 마리가 사이좋게  가까이 잠을 잔다.

충성스럽고 영리한 쿠키와

귀엽고 여시 같은 크림이의  케미는  

웃음과  행복의 향을 퍼뜨리는

우리 집의 방향제다.

외출했다가도 몇 시간이 지나면

두 녀석이  보고 싶어 일이 손에 안 잡히거나

빨리 집에 가고 싶은 금단증상도 생겼다.


쿠키야 10여년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문을 열기까지 이미 현관으로 뛰어나와 세차게 꼬리를 치며 반겨주지만

 크림이는 츤데레처럼 관심없는 척

그러나 시야에는 들어오는 거리에 오두마니 앉아 날 반겨준다.

크림아!! 하며 잡으러 가면 황급히 등을 돌려 도망가지만 이내 또다시 내 주위를 맴돈다.

처음엔 아쉽고 섭섭했지만

그것이 고양이의 매력이자 특성인 것을 안 이후

   그 모습도 고맙고 예쁘다.


집안 곳곳 마루건 부엌이건  딸이나 아들 방을

오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는

쿠키앤 크림의  모습들--

크림이는 길게 엎드려있다가 날 보면 배를 보이며 애교를 떨고, 쿠키는 언제 어디서나 초롱초롱 까만 눈망울로 나를 응시하는 모습--

은 반가움과  찌르르한 감동을 준다.

집 안 전체가 이 두 마리의 기운으로

훈훈하고 즐겁다.


반려동물이다 애완동물이다 말이 많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명칭이 뭐가 중요할까?

쿠키앤 크림은그냥 내가 가슴으로 품은

 내 새끼들이고 우리 가족일 뿐.


털이 너무 빠져서 알러지 때문에,  자꾸 물어서,

 시끄럽게 짖어서, 냄새가 나서

그 밖에 수백 가지 핑계로 키우다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은 이유도 모르겠다.

그냥 그 사람들에게 단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 가족을 버릴 수 있는가?

내 자식이 어떻다고 호적에서  팔 수 있는가?


가족이 된다는 것이 진심으로 무엇인지 아는

책임감 있는 사람만이 강아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키우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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