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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16. 2019

예술도시, 비엔날레의 도시 인도 코친

Artistic Vibes in Cochin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는

그만큼 풍요로운 예술을 품고!

코친은 인도에서도 특별한 예술 도시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포트 코친과 마탄체리 지역이 그렇다. 이 곳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아트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2018년 12월부터 이 지역은 다시 한 번 예술 도시로서 세계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고 들썩거리게 될 것이다.




비엔날레의 예술 도시

지역민들의 예술 도시 & 비엔날레 개최에 대한 자부심

데이비드홀 갤러리에 전시를 보려고 들어 서니, 쾌활하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한 남자분이 내게로 가까이 다가 온다. 내가 작품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니, 작품을 보러 온 것이냐고 물어 본다. 그렇다고 하니, 자신은 이 갤러리의 매니저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 건물과 갤러리의 지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면서 긴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처음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내게 할애해 주셔도 되는 건가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오히려 그는 사무실 의자에 앉으라고 권한다.

그러더니 종이를 꺼내서 본격적으로 내가 코친에서 방문해야 할 곳과 갤러리, 스튜디오들을 끝도 없이 설명하고 적어 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말투와 태도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도시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이었다. 코친에 대해서 얼마나 애정을 가득 담아 얘기하는지, 한 여행자가 이 곳을 한껏 누리고 느끼고 갈 수 있기를 바라는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이 도시를 사랑해 마지 않는 나조차 다시 한 번 낯설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이 곳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역시나 언급되는 숫자. 12월 12일!

비엔날레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그 때면 이 곳, 데이비드홀 갤러리는 메인 전시장 중의 하나로 탈바꿈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될 것이란다. 그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곳 사람들이 비엔날레라는 예술 축제를 얼마나 기다리고 아끼고 있는지. 이 행사를 홍보하고 잘 치뤄 내기 위해서 많은 애정을 쏟고 합심해서 애쓰고 있는지. 그의 진심이 내게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고맙게도 그가 내게 하나하나 적어준 코친의 추천 장소들. 코친 곳곳에는 비엔날레 홍보 엽서가 있고, 개최날짜를 써놓은 벽면이 무수하다.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결속감

이 갤러리의 매니저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현지인들, 내 홈스테이 주인인 친구들에게서도 이 축제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완연히 느껴졌다. 현지인들에게서 12월 12일이라는 그 숫자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자부심! 그들의 마음이 참 예뻐 보이는 순간들이었다. 역시 축제를 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그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굳이 매력을 더 언급하지 않아도 늘 그랬듯 이 곳은 아름다운 동네인데, 비엔날레는 이 곳에 다시금 새로운 생기를 제공해 주고 있는 듯했다.  


일상 안에서의 예술과 페스티벌의 지속성

비엔날레 행사가 개최되는 그 순간만 존재한다면, 그 행사는 지속적인 생명력을 이 곳에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 기반한 세계적인 축제를 지역민들이 함께 키워 가려고 노력하고, 축제 전 후에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과 자부심을 지속적으로 일상 안에서 유지해 나간다면 지역의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되는 일일 것이다. 이 곳의 지역민들을 통해 비엔날레는 계속해서 태어 나고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곳의 갤러리들은 평소에도 전시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늘 예술적인 분위기가 이 곳에 떠다니고 있다.


2016년에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사용되었던 듯한 건물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인상적이다.
다양한 색감들이 흘러 넘치던 코친의 골목 풍경들


21세기에는 국제적인 예술 도시로 도약

코친이 지닌 국제적인 면모는 지금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 곳의 비엔날레에서도 충분히 살필 수 있다. 그 동안 비엔날레에 출품된 예술 작품의 주제는 자인교의 사원, 유대교의 시나고그, 인도 남동부 타밀족의 도비왈라에 대한 것(네덜란드의 지배 시기에 인도 남동부의 타밀족은 이들 군사들의 빨래를 대신해 주기 위하여 많은 이들이 이주해서 지금까지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유지해 오고 있다), 포르투갈식 건축물과 창고, 향신료 상점 등에 대한 것 등 그 면면도 하나로 모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국제적이다. 그것이 곧 코친의 역사이고 이 곳의 모습인 것이다. 비엔날레를 준비하던 한 관계자는 코친에 도착하자마자 회의를 진행하는 한 시간 동안 무려 5가지의 언어가 오고 가는 것을 듣고 경험했다고 놀라워하며 말한 적이 있다.


"포트코친은 예외적일 만큼 광범위하고 다양한 지층의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 곳은 문화적인 지도를 엮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절한 지역이다. 아직 인도 내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그런 작업 말이다."

- Sudha Gopalakrishan, Executive Director


- 코치 비엔날레 홈페이지

http://kochimuzirisbiennale.org/


- 코치 비엔날레 주요 전시장들에 관한 설명

http://kochimuzirisbiennale.org/venues/


- 코친 비엔날레의 주요 전시장 (Main Venues)

아스핀월 하우스 (Aspinwall House)

1867년 영국의 무역업자 아스핀월 (John H. Aspinwall)에 의해 설립된 회사 아스핀월의 건물. 코코넛옹리, 후추, 레몬그라스 오일, 생강, 튜머릭, 각종 향신료들, 야자수에서 나온 실, 커피, 차, 목재, 고무 등을 교역. 회사 사무실, 거주지, 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더르바르 홀 (Durbar Hall)

도심 에르나꿀람 지역에 위치한 더르바르 홀은 19세기 중반에 코친의 마하라자(왕)가 건축한 것이다. 그 이후로 150여 년 간, 더르바르 홀은 여러 용도와 형태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코친 비엔날레 협회가 국제적인 규모의 전시를 치뤄낼 수 있는 공간으로 대대적으로 확장하여 탈바꿈시켰다.


페퍼 하우스 (Pepper House)

페퍼 하우스는 포트 코친과 마탄체리 지역 사이에 위치한 해안가의 문화 유산 건축물이다. 2개의 부둣가 창고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대로변을 그리고 다른 한 건물은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네덜란드 양식의 진흙 지붕을 지닌 이 대규모의 2층 건물 중간에는 넓은 중정이 자리하고 있다. 한 때는 항구에서 물류를 싣기 전에 물자들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페퍼 하우스는 보수를 마친 뒤, 현재는 까페, 시각 예술 전문의 도서관, 갤러리,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스튜디오와 각종 행사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카브랄 야드 (Cabral Yard)

19세기 말, 아스핀월 기업은 야자수실 교역을 시작했다. 1904년 카브랄 야드(Cabral Yard)의 소유지를 매입하여 야자수 방적사 공정을 위한 유압 시스템을 설치했다. 카브랄은 1500년 경 코친에서 최초로 물류를 운반한 포르투갈 항해사 카브랄(Cabral)의 이름을 따른 것이다.


데이비드홀 아트 갤러리 (David Hall Art Gallery)

동인도회사로 1695년 건립. 17세기 네덜란드 지배 시기에는 군인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네덜란드가 제작한 남인도의 식물도감 ‘Hortus Malabaricus’가 남아 있어 유명한 곳. 유대인 사업가 David Koder 가족이 거주하던 곳이기도 했다.




코친의 다양한 형태의 시간들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건물 하나하나가 면면이 시간과 문화의 다층적인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는 것들!

다양한 형태의 시간들이 쌓아 올려져 낭만적인 물결이 일렁이는 이 곳은 항상 그래왔듯이, 그 특유의 생명력과 사람들을 끌어 당기는 포용력과 창의력으로 지금 이 순간 21세기에도 세계의 사람들이 닿고 싶어했던 땅의 명성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자신의 역사의 순간을 하나씩 더해 가고 있다.


이 곳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은 예술을 완상하는 우리에게 예술품 그 이상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들을 더해 주며, 유일무이의 아름다운 예술 도시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은 작은 규모이고 시작 단계이지만, 예술 국가로서의 인도의 여전한 잠재력과 위상, 그리고 그것을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외부로 소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국가로서의 인도의 힘에 대해서 믿는다.


마음 속에 비엔날레 기간 중에 코친을 다시 방문하기로 다짐하고서 나도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비엔날레 기간의 이 곳은 10월의 느낌과는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런지 기대된다.




일상 속 코친의 감각적인 까페들

코친은 인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낭만적인 분위기가 공기 중에 가득히 감도는 도시다. 특히 포트코친 지역은 유난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갤러리와 까페들이 골목 골목을 채우고 있어, 동네를 걸어 다니는 행복감을 극대화시켜 주는 곳이다.


카시 아트 까페 (Kashi Art Cafe)

포트코친의 대표격인 갤러리 겸 까페. 포트코친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평범한입구의 문은 작은 크기의 갤러리 공간으로 연결된다. 이내 작은 중정 형태를 지나면 상대적으로 트여 있는 싱그럽고 세련된 까페 공간으로 연결된다. 평소에도 갤러리로 운영되지만, 비엔날레 기간에는 그에 맞게 별도의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다.


데이비드홀 아트 갤러리 (David Hall Art Gallery)

간결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식민지 시기의 건물을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는 곳. 갤러리 공간의 규모가 커서 많은 현지 작가의 작품을 두루 볼 수 있으며, 뒤로 이어지는 까페 공간 역시 고요함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푸르른 곳이다. 오후 한 나절을 가장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곳.


페퍼 하우스 (Pepper House)

예전의 후추 창고를 개조해서 갤러리, 도서관, 까페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지의 젊은 학생들과 노트북을 갖고 와서 일을 하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다. 바로 앞은 바다와 연결되어 운치를 한가득 느낄 수 있다. 특히 도서관은 양질의 예술 서적과 영화 자료들이 가득해서, 매우 놀랐던 장소. 이 곳 역시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하고 글을 쓰거나 끄적거리다가, 좋아하는 화집이나 책을 넘겨 보며 한나절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갤러리, 도서관, 까페로 이용되는 페퍼하우스. 매우 인상적이었던 도서관의 컬렉션.


티폿 까페 (Tea Pot Cafe)

코친에서 가장 따스한 느낌을 주는 감각적인 까페. 맛있는 음식과 산지의 뛰어난 홍차 & 케익의 조합은 코친에 올 때면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하도록 한다. 빛바랜 느낌의 자연스러운 따스한 페인트색을 보고 있자면 그 낭만적이던 포트코친의 옛 시절 어느께에 멈추어 있는 느낌이 들게끔 한다.


코친의 갤러리들

데이비드홀 아트 갤러리 (David Hall Art Gallery)


OED 갤러리 (OED Gallery)

마탄체리 지역에 있는 꽤 큰 규모의 갤러리. 복잡한 거리에서 입구를 들어서면 초록초록한 분위기 속에 간결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현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곳.


아트 스튜디오(Art Studio)

동네 곳곳에 있는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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