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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2. 2017

드디어, EBC!

네팔 EBC


티베트의 라싸, 간체, 시가체를 거치고 우정공로를 육로로 달려서 중국 국경 잠무라는 곳에 이르렀다. 이 곳을 넘어서니 네팔이란다. 비자 수속을 위해 허름한 건물에 있는 책상 위에 여권을 올려 뒀다. 그렇게 중국과는 달리 정신 차려서 내가 움직여 나가야 하는 네팔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나는 곧 그렇게도 원하던 곳에 실제로 이르러 있겠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카트만두에서 불안불안한 비행기를 타고 루끌라에 내려, 에베레스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을 향해 걸어 가기 시작했다. 나의 오롯한 두 발로 걸으며 온 마음 가득하게 느끼고 담고 싶어하던 히말라야의 내음이 나를 더없이 채워 주고 있었다. 아, 그리도 원하던 히말라야라니!



탐체르쿠! 

내가 EBC 트레킹 내내 그렇게나 계속해서 보고 걸었던 산의 이름이다. 그렇게 열흘 가까이의 시간 동안 ‘우와, 저 산 너무 멋지다. 잘 생겼다. 압도적으로 거대하다’ 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긴 했지만, 이 산의 실제 이름은 트레킹이 거의 끝날 즈음에 알게 되었다. 그 때, 속으로 생각했다. ‘탐체르쿠! 이번 산행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고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산이 될 것 같다’ 라고. 사실 나는 당시만 해도 이 봉우리의 이름을 알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


그 거대한 탐체르쿠를 떡하니 마주하고 있는, 마을이라기 보다는 두 세 채의 롯지만 존재하는 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내 앞에 펼쳐진 그 거대한 설산의 향연들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 이후로도 네팔의 여러 곳들을 트레킹했지만 이 곳이 단연코 최고의 히말라야 뷰포인트인 듯했다. 오른쪽으로는 아마다블람이 전체적인 풍경에서 귀여운 파격을 만들고 있었다. 탐체르쿠 바로 뒷 편에서 그 순결하디 순결한 아름다운 모습을 살며시 드러내 주던 아마다블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봉으로 꼽히는 이 산을 실제로 보면 그 말이 오히려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설산들은 해질녘이 되자 노르스름하게 빛을 바꾸더니 결국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갔다. 그 마법같은 광경이란! 너무나 감탄스럽고 아름다웠다. 이 곳에는 현대의 문명도 현대적인 의미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 그 때가 오후였고, 해가 뉘엿뉘엿해지고 어둠이 내리려고 하는 기미가 보이면 해질녘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뒷 편으로 보이는 산의 흐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발걸음과는 달리 계속해서 눈을 돌렸다. 거의 5초에 한 번 꼴로 뒤돌아 봤을 것만 같다. 그 든든하고 안정적인 모습이 너무나 좋고 듬직하게 다가왔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저 잘생긴 산은 무엇일까? 히말라야를 느끼기 위해서 무작정 이 곳으로 달려온 내가 잘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보아 주며 무언가 수호해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강한 연결감이었다. 



포터에게 물었다. 저 산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그의 영어는 거의 아이 수준이었고 네팔 특유의 억양으로 알아 듣기 힘든 경우가 많았지만, 이 곳을 제 집처럼 훤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그는 내가 산 이름을 물을 때면 기가 막힐 정도로 하나하나 딱 부러지게 대답해 줬다. 그 산의 이름은 "로체"라고 했다. 그리고서는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또 제 갈 길을 무심히 갔다.


그러면 탐체르쿠라는 이름은 내가 왜 미처 알지 못했을까?

나는 당연히 나의 포터 니마에게 그 산의 이름을 물었었다. 


“What’s the name of that peak, Nima? (저 산의 이름이 뭐에요, 니마?)”

“That is just a hill. (그건 그냥 언덕이야)”


저 6000m가 훨씬 넘는 (실제 탐체르쿠는 6300m 이상의 고산이다) 그 산은 8848m의 산이 버티고 있고, 8000m를 넘나 드는 산들이 가득 차 있는 이 지역에서는 이름조차 필요치 않은 그저 ‘작은 언덕배기’ 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리 나라의 최고봉 한라산이 1950m이다. 그것의 무려 세 배가 넘는 높이인데 말이다. 보다 높은 백두산을 생각하더라도 2배 반에 달할 높이이다. 산의 나라 네팔의 위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나라에 탐체르쿠같은 높이의 산이 있었다면 영산으로 숭배받고도 부족할 것인데, 문득 ‘고작’ 6000m급 밖에 안 되는 탐체르쿠가 가여워지면서도 귀엽고 친근해지는 느낌이 들어 나는 그만 깔깔깔 하고 넘어 가듯이 웃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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