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Nov 12. 2017

호랑이가 뛰어 넘는다는 곳, 호도협

리장

호도협으로!

리장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단연 호도협 트레킹이었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트레킹 신청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 나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배낭 여행자 숙소의 장점은 이런 것이 아닐까. 다음 날 새벽 6시, 미니버스를 타고 2시간 여를 달려 호도협 트레킹의 시작점에 도착했다. 거대한 합파설산과 옥룡설산을 올려다 보고 밑으로는 강이 굽이쳐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걷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중의 하나라고 하는 곳이다. 

나와 함께 한 친구들은 호주, 영국,뉴질랜드에서 온 친구들. 호주의 Jeffrie와 영국의 Ana는 원래 절친한 친구 사이인지라, 나는 뉴질랜드의 Josh와 더 편하게 지내게 되었다. 여행 가이드 출신인 Jeffrie를 필두로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



그렇게 중간에 세상 다시 없을 절경을 눈 앞에 두고 마시는 차 한잔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신선 놀음이라는 말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이런 순간이면, 생각보다 우리에게 행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객잔에서 하루의 피로를 샤워로 마무리하고, 합파 설산이 보이는 도미토리에서 딩굴딩굴 경치 감상하다 슬슬 저녁을 먹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갑자기 주인 아저씨가 와보라며 손짓을 한다. 들어가 보니, 그들의 주방이다. 10명 남짓의 가족들이 작디 작은 의자에 엉덩이만 걸친 채, 불을 피우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티베트의 수유차와 유사한 맛일 것 같았다. 보이차에 버터를 넣어 진하게 만든 티베트의 전통차. 옆의 친구들은 역하다며 잘 마시지 못하지만, 나는 비릿한 향을 즐기며 곧잘 마셨다. 그 건네는 마음이 너무 좋아서, 한 사람 한 사람 눈 마주치며 보낼 수 있는 따뜻한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계속 자리에 앉아 있는다.


차는 피요, 고기요, 생명이다

“차는 피요, 고기요, 생명이다.” 티베트에 내려 오는 오랜 속담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티베트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차를 즐겨 마시는 민족이다. 티베트인들이 매일 열 잔 이상 물처럼 마시는 수유차라고 하는 버터차는 중국 윈난성 위주로 재배되는 푸얼차, 즉 보이차에 야크 버터를 섞어 만든 차다. 추운 고산 지대에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차는 비타민과 고열량을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해발 4000m 내외의 고원지대에서 야크 고기와 유제품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티베트인들에게 소화를 돕고, 장내 기름기를 제거하며, 체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수유차는 필수적인 음료이다. 그들에게 차는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과거 윈난의 시상반나와 푸얼에서 생산된 보이차는 쿤밍과 청두를 거쳐 베이징까지 운송되었고, 따리와 리장, 중디엔을 지나 티베트 그리고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과 인도에까지 거래되었다. 이 높고도 험한 차의 길이 바로 차마 고도이다. 그리고 이 기나긴 길은 티베트의 준수한 말들이 중국으로 거래 되는 길이었기에 5000m 이상의 티베트 설산들을 넘나 들어야 하는 마방들의 험난한 삶과 애환이 그대로 묻어 있는 길이자, 실크로드보다 더욱 오래된 세계 문명 교류의 중추 역할을 하고 오늘날 아시아 문화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문명의 길이기도 하다.


화장실마저 아름다운 이 곳

우스갯소리이지만, 그런 차마고도 중에서도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호도협은 심지어 화장실조차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최고의 화장실이라고 이름 붙인 이 곳. 볼 일을 보러 앉으니 눈 앞에 이런 가장 멋진 풍경이 펼쳐 진다. 정말 마음 편히 내 속도 편해질 수 있는, 이만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화장실이 어디 있을까.



이 곳에 머물던 날, 앞으로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 혹은 진정한 힐링이 필요할 때 이 곳 객잔에 가서 일주일씩 머물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의 담백함과 순수함, 그리고 절경이 눈 앞에 있고 좋은 공기가 있는데 이보다 더 나은 휴식과 충전의 조건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던 리스트들이 앞으로의 여행이 진행되면서 그렇게나 불어나게 될 줄은 이 때는 차마 몰랐었다. 그만큼 세상에는 멋지고 가보고 경험해 볼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여행을 통해 느껴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스촨성의 히말라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