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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2. 2017

조금씩 티베트에 가까이!

티베트

그럼에도 티베트는 티베트

그렇게 다시 리탕으로 출발. '청두 - 캉딩'과는 차원이 다른 구간이다. 

이미 버스를 탈 때 사람들은 두껍디 두꺼운 옷 말고도 담요를 갖고 탔다. 나와 아저씨는 유일한 외국인이었고, 좌석이 5개 연달아 있는 제일 뒷좌석 가운데 앉게 된 외국인 여성인 나는 자연히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나 보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다들 따뜻하고 친근한 웃음을 계속 건네 주시고 먹을 만한 간식 거리들을 건네 주신다. 특히 우리 앞에 앉은 20대 초반 남자는 영어를 할 수 있어 우리와 친해져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삼촌이 계신 네팔에서 돈을 벌고 일했지만, 중국에서의 탄압이 심해져 이전처럼 갈 수가 없다며 아쉬워 한다. 

버스에서는 티베트 지역에서 유행하는 노래와 춤을 곁들인 뮤직 비디오를 계속 틀어 주는데, 이건 생각보다 더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노래들이다. 좋은 몸을 어필하는 남자들과 늘씬한 몸매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은 불과 직전까지만 해도 생각 못 했었으니까. 이렇게 변화하고 있구나 싶은 맘에 씁쓸한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후, 미얀마 여행 때 그리고 부탄의 사정에 대해 들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언제까지고 우리만의 욕심으로 그들의 순수한 정신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랄 순 없으니까. 그들의 개방이자 발전 과정이 아닐까.   


고개를 넘어 갈수록 칼바람에 눈보라가 치고 날은 점점 어두워 졌다. 이제다 왔나 싶어 물어 보니, 4000m가 훨씬 넘음직한 이런 고개들 몇 개를 올랐다 내렸다 하며 계속 지나야 한단다. 예상했던 8시간은 12시간이 되었고 버스에서 앞에 앉았던 티베트 청년이 우리 숙소를 알아 봐 주고 같이 늦은 저녁을 먹었다. 얘기를 나누다가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단다. 즐거운 뮤직 비디오쯤을 예상했던 우리의 눈에 갑자기 달라이라마의 영상이 들어 온다. 중국 공안들에게 늘 감시 받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규정상 달라이라마와 관련된 어떤 것도 소지할 수 없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의 강연 장면과 티베트 승려들의 분신에 관련된 영상, 실제로는 다른 티베트 불교 종파의 수장들이지만 서열 상 2위라고 말해지는 린포체의 일대기 영상 등 여러 가지를 조금씩 보여 준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그것을 바라 보고 있던 티베트 청년의 너무나 진지한 눈빛이었다. 같이 장난치고 즐거운 노래를 따라 부르던 그가 아니었다. 너무나 진지한 눈으로 그들은 독립을 원한다고 얘기했고,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자신과 같은 젊은 사람들이 지금 수면 아래에서 독립을 갈구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땅을 여행하며 누구나 느끼는 바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설령 나라가 그들을 지켜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존재 자체를 갖는 것이 염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것의 결핍이 한 개인 개인의 삶을 얼마나 크게 흔들어 놓고 있으며 삶의 방식을, 그리고 세상에 대한관점을 모두 바꾸어 놓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미처 감사할 일조차 안 되던 사실에도 우리는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중요성은 이후 인도의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인도 거주 티베트 사람들은 스스로를 칵테일이라고 불렀다. 다시 말해, 정체성의 부재인 것이다.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갖고있으며, 그렇다 하여 자신들의 나라는 실재하지 않는. 그 때문에 뿌리째 방황하는 많은 젊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던 점은 나를 아프게 했다. 그들의 삶 자체가 스스로 세상에 뿌리 내릴 수 있는 이유와 명분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은 우리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아픔이었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독립을 쟁취하기 어려울 지 모르나, 그들이 원하는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나는 놓고 싶지 않다.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종교의 나라를 느끼며


출처 www.taiwan-photography-blog.com

그렇게 눈을 붙인 후 아침에서야 나는 리탕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고도 4014m에 위치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라고 하는 리탕. 귀한 물과 나무, 그리고 건조한 기후로 인해 사람이 죽은 이후 그 몸을 고원에 던져 두고 독수리들이 마무리하도록 하는 조장으로 유명한 도시. 말의 축제로 유명한 도시. 무엇보다 아름다운 리탕 사원으로 내 마음에 깊숙이 남아, 언제고 푸릇푸릇하고 생기 넘치는 여름에 방문해 초록색 평원과 어우러진 그 모습을 두고두고 보고 싶어진 도시. 


출처 overland-2010.blogspot.com


달라이라마 3세에 의해 1580년에 건립되었다고 하는 리탕 사원은 동티벳인 캄 지역에서 창도, 간쯔 사원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형 사원이며, 한때 티벳의 번성을 알 수 있는 사원이다. 스님들이 한 쪽으로 다같이 걸으며 한참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전을 읽으며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실감했다. 이 땅은 종교의 땅이라는 사실을. 7대와 10대 달라이라마가 탄생한 곳이다 보니, 리탕의 종교적 상징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스님들이 경전 공부를 하는 동안 나는 아주 조용힌 발걸음으로 사원을 둘러 보고, 리탕 평원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내가 동경했던 티베트의 품격과 위용을 조금씩 느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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