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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2. 2017

세상 가장 높은 곳으로

히말라야

긴 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단연 티베트와 에베레스트였다. 

어느 순간 더 늦어지기 전에 내 평생 언젠가는 가고 싶어하던 이 두 곳들을 이내 가고 싶어 졌다. 

꿈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에게는 그 사람 고유의 특성이자 본성이 있는 듯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항상 내 관심의 주된 화두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떻게 후회 없이 내가 하고픈 것들을 다양하게 해볼까?” 등등과 같은 꽤나 추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 

내 마음에 귀 기울이기


사람마다 타고난 본성과 생각이 다른 것이기에, 나는 각자가 되고 이루고 싶어 하는 싹을 갖고 태어 난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 속의 목소리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의 방향과 모양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나는 유난히 어릴 적부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 마음 속에서 늘 해소되지 않은 듯이 발현되지 못한 이 목소리가 과연 어떤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과 답답함을 항상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소리를 따라서 나의 시간이 가장 나다운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내가 원하는 것과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 않기를 늘 바래 왔었다. 그러다 보니, 이 여정은 내 기준에서는 마땅한 것이었다.


나의 꿈이었던 티베트


티베트은 원래 어릴 때부터 가장 가고 싶어하던 곳이었다. 

이유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곳, 가장 순수한 사람들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순수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할까? 그런 어릴 적 내게 티베트는 무언가 가장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장 순수한 곳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벳에서의 7년'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를 보고서 이 곳을 가고 싶게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티베트를 먼저 알게 되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것인지 그 선후 관계는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영화의 엽서를 내가 가진 가장 예쁜 액자에 넣어서 몇 년이고 책상 옆에 항상 두었을 만큼, 이 영화를 무던히도 좋아했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우연히 대학 시절에 <쿤둔> 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에게 세상에 이런 곳이 존재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려 줬던 계기가 <티벳에서의 7년>이었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던 이 곳의 현실에 대해서 더욱 가깝게 접하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서양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판타지와 허상의 세계라고 해서 나에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내게는 그저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이 곳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졌을 뿐이다.


Himalayas

그리고 무엇보다 히말라야!

나는 에베레스트의 자락을 조금이라도 거닐어 보고 느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언젠가 엘리자베스가 내게 얘기했던 것처럼, 세상 가장 높은 곳에 나도 가보고 싶어졌다. 내가 비록 그 정상까지는 갈 수 없더라도 그 근처 언저리에 갔을 때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곳의 땅을 내가 직접 밟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오감으로 직접 세상을 느껴 보고 싶었다. 다른 산들로 향하는 트레킹은 내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사람이 태어났으면 세상 가장 높은 곳을 오르지는 못할 지언정, 그 곳을 느껴 보기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심정이었달까. 사실 오랜 나의 로망 중 하나는 적어도 7000m 급 산에 직접 오르는 것이다. 가장 높은 곳을 그렇게 정복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르고 싶지는 않고, 내 깜냥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찬찬히 올라가면서 세상 가장 높은 산군을 직접 느껴 보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히말라야만이 지닌 그 특별한 느낌에 이미 끌린 것일 게다. 히말라야는 알프스같은 다른 산군들의 느낌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얘기한다. 히말라야의 힘이 정말 강해서 시간을 두고서라도 이 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을 계속해서 다시 끌어 당긴다고. 그리고 이 곳을 한 번 마음에 품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 곳으로 꼭 돌아오게 된다고.

그렇게 이 히말라야로의 여정은 나를 끌어 당기다 못해서, 나를 끝없는 세계 여행의 늪으로 끌어 당겼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곳만의 매력은 이 세상에 비할 바 없는 독특하고 압도적인 자연 풍경, 그리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특별하고 조화로운 아우라에 있었다. 

그런 나의 히말라야에 대한 사랑의 정점을 찍은 곳이 바로 인도 북부의 아름다운 라다크였던 것이다.


"나는 이 곳에서 지난 10여 년 간 드나 들면서 내 마음 가장 소중한 곳에 자리하게 된 히말라야라는 가장 맑은 바람에 얽힌 나의 얘기들을 소소하게 풀어 내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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