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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20. 2017

저장하고 묵혀두었던 뒤늦은 봄 일기.

결론적으로 올해 봄에 섬진강 - 지리산 - 통도사 - 통영(대신 남해)을 모두 다녀 왔으니, 만족스럽고 아름다운 봄날을 보냈던 걸로 기억될 듯하다. :)




"동백꽃은 겨울을 견디게 하는 꽃이고,

매화는 드디어 봄이 왔다는 안도감과 희망을 안겨 주는 꽃이다."


올 봄 방문했던 통도사 마당에 피었던 아름다운 동백


나는 꽃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봄을 너무나 사랑한다.


2월의 모든 시간을 그저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은 겨울의 끝자락일 뿐이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버텨낼 만큼.

그런데 나는 그 설레임과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좋다. 그렇게 오래 힘겹게 기다리는 만큼, 나는 내가 맞이할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계절의 소중함을 절실히 온마음으로 느끼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양평집 앞에 핀 매화


작년만 해도 그랬다.

한참 필라테스 강사 과정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다. 겨울 내내, 내 관심사와 나의 시간은 오로지 필라테스를 위주로 채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봄바람이 불고 봄햇살이 나리던 그 순간부터 나는 그만 봄바람 난 처자가 되어 버렸다. 주위 동기들 모두 '봄바람 났네. 큰일났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내 마음은 그저 둥둥 떠다녔고 밖을 보면 당장이라도 나가서 끝도 없이 그 햇살을 받으면서 걷고 신나게 뛰어 다니고 싶을 뿐이었다.




내게 그런 봄이 다시 오고 있다.

이번의 봄은 어떻게 누리게 될런지.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꼭 남쪽으로 꽃구경을 가야 되겠다. 작년에 매화꽃밭을 그렇게 보고 싶었음에도 결국은 놓쳐 버리고 얼마나 마음이 아릴 만큼 슬퍼 했었던지.

이번에는 섬진강 - 지리산 - 통도사 - 통영을 잇는 아름다운 남쪽 여행을 꼭 했으면 싶다. 이번 만큼은 '언젠가 갈 수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흘려 보내고 싶지 않다. 잠시잠깐 보여 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놓치고 나면 나는 또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테니까.


문득 지나가는 이 시간이 너무나 아쉬워진다.

앞으로 수많은 봄이 나에게 찾아올 테지만, 해마다의 봄은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내 마음도, 내 생각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갈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매 순간 나를 둘러싼 자연을 두 눈에 가득 담고, 마음에도 깊게 새길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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