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브런치를 찾지 않았는데 조회수며 공유며 꾸준히 늘고 있다고 알람이 왔다. 구독까지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육아에 지치고 일상에 치일 때 이따금 알려오는 이런 알람은 나를 각성케 했다.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린 마지막 글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구나의 인생사가 그러하듯.
오늘 이 글은 둘째가 태어난 지 6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며, 무언가 계속 지속하고 해 나가야 하는 비슷한 처지의 당신을 위해 적어 내려가는 글이다.
목표는 누구보다 영어와 한국어를 잘 구사하기.
그런데 이 과정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또한 이만큼 해냈어요 하고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자극이 필요했다.
small wins.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늘 내가 해오던 방식이 이것이다.
단기적으로 자극이 될 만한 성취를 지속하다 보면 내가 멀리 그려놓았던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루의 목표, 일주일의 목표, 이 달의 목표 등 세세한 계획들을 세우고 성취하며 당신의 지속 가능한 동기부여, 당신만의 힘으로 삼아라.
일단 내가 목표한 영어의 경우, 지난 1년간 다양한 인강을 들었다. 쉬운 강의부터 어려운 강의까지, 클래스 101 같은 사이트에서부터 다양한 강남, 강북의 유명 학원들 인강까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자축했고, 무엇보다 강의 자료와 복습한 것들을 잘 모아 두고 정리해 눈으로 나의 뇌 속에 얼마나 많은 과정들이 들어왔는지 보이게끔 했다.
또한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성취감이 부족했기에 중간에 사법 통역사 자격시험을 준비했다. 만삭의 몸으로 자격증 하나를 취득함으로써 나는 계속해서 해나갈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기회가 된다면 사법 통역사 준비과정도 글로 남겨두고 싶다.
영어와 상관없이 들어오는 기존의 강의들도 성실히 준비했다. 주로 스피치 강의였는데, 나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더 성실히 노력해서 훌륭한 인재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궁극적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인드셋을 만들어주었다. 학생들을 만나고 후배들을 만나면 정말이지 배울 점도 많고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루하루의 기록도 소중했다. 어쨌거나 어린 아기가 둘이라 혼자이던 시절처럼 성실히 다이어리를 쓰지는 못했지만, 공부를 하는 날과 일정이 많은 날 일정 계획을 성실히 했다. 스티커도 붙이고 마스킹 테이프도 붙이며 그날의 페이지를 꾸몄다. 단순히 공부 계획뿐 아니라 빨래 계획, 청소 같은 일들까지 몽땅 기록되어 있다. 건망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효율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서도 디테일하게 계획했다. 그것 역시 쌓이고 쌓여 내가 보낸 시간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사실 글 몇 줄로 지난 시간을 이렇게 어설프게 적으려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아이 엄마가 인강도 듣고 자격증도 따려면 많은 희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하는 남편에게 육아와 가사 분담의 짐을 굉장히 많이 지게 해야 했고, 나 스스로도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일했던 대학생 시절과 달리, 지금은 잠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들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터지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한마디로 통제 가능하던 삶이, 결혼과 육아 속에서 통제 불가능한 삶이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굴어야 했다.
서핑을 하듯, 다가오는 파도들을 힘차게 맞서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내가 small wins를 일상 곳곳에 만들고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 역시
사실 누구나 그 상황 앞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번아웃이 오기 쉽기 때문이다.
이른바 '멘탈 관리'가 무언가를 노력하는 일보다 더 힘겹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이 중요하고, 그 힘을 위해 자신만의 small wins가 필요한 것이다.
오늘 나는
밤까지 어려운 첨삭 강의 하나를 앞에 두고 있고, 복습도 잠들기 전 해야 한다.
신생아 육아와 첫째 아이 하원을 책임져야 한다. 저녁엔 체중 조절을 위해 야식을 참을 생각이다.
아이가 오기 전 안방 청소를 하나 끝내야 하고, 이 글을 완성해 올려야 한다.
오랜만에 써 내려가는 브런치의 이 글이 또 하나의 small wins가 되어 또다시 지속할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