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슬러 검사, TCI 검사가 이렇게 쓰일 줄이야..

멀고도 험난한 아이교육

by 예쁜 구름

워킹맘의 캐나다 생존기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이곳에 이렇게 아이 교육에 대한 글을 계속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즐겁고 신나는 캐나다 학교 생활이 아니라, 험난하고 챌린징한 학교 생활이라니..


학교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큰 아이에 대해 선생님들과 논의한 후로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학교 규칙을 따르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태도에 대해 가르쳤다.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선생님이 큰 아이의 향상을 매우 칭찬하는 메일을 보내시기도 해서 "이제 됐구나.." 하고 안심을 했었다.


그런데 엄마의 촉은 왜 틀리지 않을까.. 2주, 3주가 지나면서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었다. 아이는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뭔가 모르게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미묘한 불안감.


결국 선생님께 장문의 메일을 다시 받고 말았다.

잠깐 좋아지는 듯한 아이의 태도가 다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다들 아이들과 달리 수업시간에도 반복적으로 자기가 읽던 책이나 만들기 재료를 꺼내는 모습 때문에 결국 특수교육 교사와 교장 선생님까지 함께 논의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거기에 가관은..

아이의 시력과 청력에 대한 우려부터, 행동일지를 써줄 테니 의사에게 들고 가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흔히 말하는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한 아이가 열린 교육의 대표나라 캐나다에서 선생님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으니 나는 머리가 멍하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메일을 읽는 내내 그냥 어디 우주로 도망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즈음 되니, 일단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가지고 있는 자료는 다 내놓아보자 싶었다. 의학 도움이 필요하면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오진을 받을 수는 없으니 다 꺼내어 놓고 속시원히 논의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 오기 전 큰 아이에 대해 두 가지 테스트를 진행했었다.

진짜 애초에는 알지도 못했던 테스트였는데, 캐나다 가기 전에 선배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기질테스트가 있었고,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하여 별 필요성을 못 느끼던 웩슬러 테스트가 있었다.

아이의 한국학교에서 단체적으로 진행한 성격 강점 테스트도 있었다.


세 가지 테스트 결과지를 다 파일로 만들고 영문으로 요약도 하였다.


1. TCI 기질 검사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기질과, 자라면서 형성된 성격을 분리하여 보여주는 테스트이다. 심리전문가인 선배가 소개해 주어서 나부터 받았던 검사인데, 캐나다 이민 전 아이들이 혹시나 불안한 마음이 있지는 않을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도 검사를 진행했었다.


우리 아이는, 자극 추구 성향이 높고 위험 회피가 낮은 기질이다. 하고 싶은 것에 꽂히면 바로 해야 하는데 겁까지 없는 기질. 하..


2. 웩슬러 검사에서 시공간 유동추론 부분이 유독 높다. (다른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하였다.) 시공간은 상위 0.5%이고 유동추론 중 행렬추리 소검사 항목은 상위 0.1%이다. 작업기억에서 그림기억도 상위 1%이다. 검사자 선생님 말씀으로는 우리 아이는 정보를 사진 찍듯이 찍어서 저장하는 아이라고 한다. 전체 지수가 높은 아이들 중에도 항목별로 고른 아이들이 있고 유독 특정분야가 튀는 아니가 있는데 우리 아이는 특정 분야 (수학적 항목)에서 튀는 아이이다.


3. 성격강점테스트에서는 창의성이 매우 높게 나왔고, 그다음으로 높은 항목들이 학구열, 사회성, 감사, 겸손, 책임감, 리더십 등이다. 아마도 선생님들은 이 결과를 보고 매우 혼란스러우실 것이다. 이 점수로만 보면 참 모범적인 아이여야 할 것 같으니..


수업시간을 방해하는 아이에 대해 우려의 이메일을 받은 부모가 이런 결과지를 내밀면 "우리 애는 똑똑해서 그래요"라고 방어하는 모양이 될까 봐 지금까지는 속으로만 끙끙거리고 학교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적응기간으로만 의견을 드렸었다. 솔직히 나도 좀 헷갈리기도 했고.


병원 검사 얘기까지 나온 마당에 이쯤 되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위 내용들을 담임선생님과 특수교육 선생님께 같이 보냈다. 물론 이메일은 최대한 정중히 썼고, 관찰 보고서를 주시면 의사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진짜 필요하면 검사도 받고 도움도 받아야겠지..)


내가 보낸 메일의 내용을 선생님이 꼼꼼하게 보신 것 같다.

밤늦게 답메일이 왔는데, 이 자료들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답메일은 짧았지만 아이의 지능과 기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신 흔적이 느꼈졌다.

아이에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과제를 주시겠다고 한다.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진짜 체한 듯 속이 답답하고 짜증도 나고 탈탈 털리는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메일을 받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이제 다 오픈했으니 서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아이를 교육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캐나다식 친철함의 특징이겠지만, 이메일을 보내실 때마다 우리 아이가 학교의 일원이라는 게 기쁘고 잘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는 말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아이가 어떠하든지 학교에서는 받아줄 준비는 되어 있구나 싶어서.


캐나다 오기 전에 웩슬러 검사나 기질검사 둘 중에 하나를 안 했었으면 이 상황을 해결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 맘을 졸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웩슬러 검사를 안 했으면 아이의 지능이 평균보다 조금 위 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아이의 행동에만 꽂혀서 아이를 문제아로만 봤을 가능성이 있고, 기질 검사를 안 했으면 머리 좋다고 함부로 행동하는 아이처럼 내 아이를 오해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선생님들의 초기 의견에도 많이 흔들렸을 것 같고.


아이들 데리고 이민이나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가정이라면 이러한 검사들을 미리 해보는 것도 아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겸 만약의 사태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힘든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잘 키워야 하나"라는 큰 숙제를 얻은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이제 논의할 선생님들이 계셔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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