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리 외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다. 모르는거 없이, 어린 내가 궁금한것을 물어 보면 막힘 없이 대답해 주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자주 내게 보이는 모습은 등잔불 밑에서 신문을 읽는 것이다. 소학교(초등학교)에 들어가자 한글을 깨우치게 된 다음부터는 종종 나에게 신문을 읽어 달라고 하셨다. 떠듬 떠듬, 노동신문을 읽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우리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된통 혼이 났다. 할아버지가 아침에 신문을 읽기 전에 아빠가 신문을 오려 담뱃종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북에서는 보통 담배를 종이에 말아서 피운다. 담뱃종이가 없었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신문 읽기 전에 오려내어 혼나고 있었다.
“너 이시키, 어떻게 된게, 장인이 보는 신문을 오려내?! ”하고 역정 내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겸언적어 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내 뇌리에 박혀 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신문을 읽으시던 할아버지는 여기에 (남한) 와서도 여전히 신문을 읽는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등등 가리지 않는다.
어느날엔가 갑자기 중학생이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깜빡이 영어 단어가 있단다. 손바닥 만한 기계에 영어 단어가 나오고, 뜻이 나온단다. 그러곤 영어 단어가 깜빡 사라지면 나는 그뜻을 알아채야 해, 영어 공부 하는데 효율적인거 같다고 하셨다. 신문을 읽다가 깜박이 영단어 광고하는 글을 읽으셨는데, 공부하는 나에게 도움이 될것 같아 구매 하셨단다. 그렇게 나는 유일하게 할아버지에게서 깜빡이 영단어를 선물 받은 손녀가 되었다.
그 은혜 지금도 잊지 못해 나는 매달 할아버지에게 용돈 드리는 손녀가 되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살아 계실때까지,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는한, 꾸준하게, 소소하게 효도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