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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이스 Sep 07. 2023

저희 가족은 노래방에 가지 않아요

명절이면 보통 조부모님 댁을 방문 하듯, 우리 가족 또한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다. 할아버지 댁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저녁쯤엔 사촌들끼리 따로 모인다. 젊은 무리에 끼고 깊은 어른은 언제나 환영이라, 가끔 삼촌들도 조카들 모임에 합류 할때도 있다.


특별한거 없이 사촌끼리 카드놀이도 하고, 맥주 한잔 더 기울이고, 찜질방에도 가고, 볼링도 치고, 이거 저거 소소하게 다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노래방에 가지 않는 것이다. 왜냐고? 전부 음치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가게 되면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한다. 우선 신나지 않고, 별로 부를 노래도 없다. 흥이 없는 집안은 아닌데,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전부 음치이다. 둘째 이모네 가족만 빼고 음치가 주를 이루고 있어, 노래방에 가지 않는건 국룰이 되었다.


음치도 유전인가 보다. 그런데 신기한게 뭔지 알아? 다른 집에서 데리고 온 짝꿍들은 전부 노래를 잘한다. 음치인 우리가 보기엔 그들은 청산유수, 가수와 다름 없다. 음정 박자가 맞고, 노래방에 가면 두개 이상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우리 기준에선 그들은 가수와 다름 없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시 낭독과 같지만 그들의 노랫 가락엔 운율이 있다. 제발 2세들만이라도 음치 유전을 닮지 말길. 즐기고 싶은데 즐기지 못하는게 얼마나 속상한 일인줄 알기에, 음치 클리닉이라도 다녀보고 싶다. 아, 노래 한곡 폼나게 부르고 싶다. 노래방에 가서 나도 남들처럼 잘 뽑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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