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이겨내는 것은 너무나 힘든 것이다.
"환자분, 이 쪽으로 오시죠."
CT를 찍으러 아내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동그란 원통에 들어가 마음을 가다듬었다.
'괜찮을거야, 별일 없겠지 뭐. 아니, 별일이 없어야만 해.'
답답함을 조금 견디고 나니, CT검사가 끝이 났다. 아내와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 결과를 듣는 시간.
"환자분, 3번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흉부외과 전문의가 나를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네, 교수님. 안녕하세요."
"환자분, 이것을 좀 보시겠어요? 여기 이 부분 보이시죠? 여기에 5cm 되는 종양이 보이는데요."
"혹시 '암'인가요?"
"죄송합니다만, 저도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 정확히 어떤 것인지 판독이 안됩니다. 종양의 종류나 위치를 판독하기가 어려워서, 안 그래도 더 큰 병원으로 가보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네? 큰 병원요?"
"네, 바로 CT찍은 CD가지고 가셔서, 큰 병원 예약을 잡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큰 병원을 가라는 의사의 말에, 그리고 판독이 어렵다는 의사의 솔직한 말에 마음이 주저앉았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내와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가서 CD를 제출하고 예약을 잡았다. 다행히 빠른 시일에 흉부외과장님의 진료가 비어있어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난 이제 겨우 '서른넷'인데. 아내는? 우리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말없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작가의 말
제발 아니길 바라지만,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답답하고 막막하네요.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저 아내와 아이들이 더 눈에 밟혔던 것 같습니다.)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것도 시련을 넘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시련을 이기는 방법까지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조금 더 지혜로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