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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Sep 30. 2021

바쁜 일상, 책을 언제 읽어야 할까

나를 위한, 나만의 독서 시간 - 키친 테이블 독서

  아이 셋을 키우며 책을 언제 읽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막내 둥이들이 꼬물이 시절이었을 때는 낮잠자는 시간이 좀 길어서 그 시간에 주로 책을 읽었던 것 같고, 아가들이 어린이집에 가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고 어질러진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만의 공간을 만든 후, 커피 한 잔을 내리면 집 안이 훌륭한 카페로 변신하는데 그때가 집중이 제일 잘 되어 텍스트가 눈에 잘 들어오는 때이다.

  정신없이 하루를 마치고 또 다시 나만의 공간을 찾는다. 이유미의 <자기만의 (책)방>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집 안에서 자신만의 '독서 스팟'을 찾아 보라고 말한다. 나에겐 식탁이 그런 곳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식탁은 모두가 잠든 시간 훌륭한 나의 독서 스팟이 된다. 책을 읽고 감상을 글로 옮기는 순간의 경험들은 일상에서 매몰되고 있는 나를 구원해 준다. 모두가 잠든 시간은 몸이 너무 피곤해서 넷플릭스 등 보다 편하게 즐거움을 찾는는 쪽을 선택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조금 기운을 내어 식탁 앞에 앉고 나면 훨씬 더 큰 충만함이 찾아 온다.  

  무라카미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 늦은 밤 식탁에 앉아 소설을 썼다고 말하며 그때의 소설들을 '키친 테이블 소설'이라고 했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밤에는 식탁에 앉아 자신만의 소설 속 세계와 마주했던 하루키의 공간 운용을 내 삶에도 살짝 적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집안에서 가장 친근한 공간에서 '키친 테이블 독서'를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틈틈이' 읽는다. 작년에 '이북리더기'를 구입했는데, 휴대성이 높고 눈의 피로도가 낮아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더 이상 외출할 때 무거운 책을 이고 지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스마트폰처럼 언제든 리더기를 켜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샤워하고 나서 머리를 말리면서도 리더기를 보면서 책을 읽기도 했다.

  늘 책만 읽을 수는 없다.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때로는 넷플릭스에서 정말 좋아하는 미드를 보며 밤을 지새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많은 것들 속에 책의 자리가 분명히 있고,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시간을 만들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글로 담아 내고 싶었다. 육아 때문에 너무 지쳐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아이 물건을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으며 내 시간을 빼앗길 때, 오롯한 나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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