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한 삶을 위한 어긋난 노력
정유정, 완전한 행복
정유정 작가의 책은 <7년의 밤>, <종의 기원> 이후로 오랜만이다. 전작들을 읽고 나서도 늘 작품 끝까지 유지되는 긴장감에 놀라움을 느끼며 영화로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 <7년의 밤>은 실제로 영화로 제작되었다. <완전한 행복>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전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고유정 사건. 이책이 많은 화제가 되었지만, 독서 초반에는 미처 그 사건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기시감이 들었고 점점 그 실체가 명확해졌다.
실체가 명확해지면서, 소설을 읽는 느낌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스릴러 소설 특유에서 오는 긴장감은 그대로 있었지만 작품 속에서 어떤 문학성이나 반전, 인간애의 발견과 같은 것들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다만 소설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은 그 범죄가 왜 일어났는가 하는 심리적 기원에 대한 실마리 정도이다. 픽션이기 때문에 사실과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사회에서 발생한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그 원인에 대해 이럴 수도 있겠다 하는 가능성 정도를 추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행복’을 꿈꾸는 여인이 자신의 완전한 삶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었고, 그녀가 저지른 범죄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내 삶의 무결함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얼마든지 훼손되어도 무방하다고 보는, 유나라는 문제적 인물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소설이 특정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고 여타의 요소들이 허구라 하더라도, 사건의 무게가 너무나 커서 소설이 그것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나에게.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남편과 허망하게 죽어간 한 아이의 슬픈 표정이 잔상으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