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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Nov 04. 2021

이민진, 파친코 (feat. 사람, 장소, 환대)

재일교포, 그들의 끝나지 않은 인정투쟁


 
이렇게 긴 호흡의 책은 오랜만에 읽는다.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많은 굴곡진 삶이 등장한다. 소설 전반부는 선자의 가족이 겪었던 고단한 삶과 오사카로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후반부는 일본에서 뿌리를 내리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와 역경을 담고 있다. 언청이 훈이가 양진과 결혼하고 몇 번의 유산 끝에 선자라는 딸을 얻게 되고, 선자는 고한수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된다. 고한수가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선자는 한수와 이별하고, 선자의 하숙집에 손님으로 온 백이삭이라는 젊은 목사와 결혼하여 오사카로 떠난다. 선자의 아들인 노아는 와세다 대학에 들어가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자 학교를 그만 두고 먼 곳으로 떠나고, 또 다른 아들인 모자수는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어 훗날 엄청난 부를 쌓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이러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많은 인물들의 삶이 소설 속에 담겨 있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까지 이야기는 이어지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일본에 정착한 그들의 삶이 순탄해지지 않다는 사실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명확해진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서 성원권을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투쟁’, 그리고 ‘오염의 메타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일본에 자리를 잡아 몇 대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지만, 사회의 성원으로 끝끝내 환대받지 못하고 정기적으로 외국인 등록증을 갱신받고 지문을 찍어야 하는 삶은 그들이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 외국인이며 인정 투쟁에서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설 속 노아는 진정한 일본인이 되고 싶은 비밀스러운 꿈을 가지고 있었고, 모자수도 정직하게 부를 쌓아 건실한 사업가가 되어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변두리의 존재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연민이 느껴졌다.
“조선인들은 더럽다”는 말,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은 고용하지 않겠다는 건물주. 소설 속에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오염의 메타포와 공공연한 차별을 통해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재일동포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의 인정투쟁은 종료되었을까? 그들은 일본 사회에 속하고 싶지만 속할 수 없고, 한국 사회에서도 일본인으로 취급받는다. 그들의 인정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일본뿐 아니라 여서 사회 곳곳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이들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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