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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시아 Oct 16. 2020

[서평]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평균주의에 일침을 가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요의 책.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교사, 학부모와 같은 교육의 주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평균주의가 기업의 운영방식에도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일반 기업 관계자에게도 분명 유의미할 것이다.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비행기 조종석으로 인해 사고율이 높았고, 개개인성을 고려하여 맞춤식 조종석을 고안해 냈을 때 훨씬 사고율을 낮추고 쾌적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평균주의’의 위험성과 ‘개개인성’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테일러가 산업 조직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안한 ‘표준화(standardization)’가 산업 전반, 기업들의 근로 환경에 적용되었고, 이러한 방법은 교육에도 적용되어 평균적 학생을 위한 표준 교육을 이루어내기 위한 방향으로 교육은 발전해 나간다. 평균주의적 교육관점에 의하면 케틀러라는 학자는 평균에 가까운 학생을 이상으로 보고 이에 벗어난 개개인은 오류라고 하였으며, 손다이크는 평균보다 우위에 있는 우등한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손다이크에게 있어 학교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을 재능 수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현입시제도를 떠올려보면 이러한 발상은 아직도 그대로 교육에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고에서 벗어나 개개인성을 중시하게 되면 많은 것은 달라진다. 저자는 개개인성의 원칙으로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를 제시한다. 먼저, 들쭉날쭉의 원칙은 개인은 일차원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여러 가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사례로 제시한 농구팀 구성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었다. 두 번째로 맥락의 원칙은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결부시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성격을 이해할 때 내향적, 외향적 등 특정 단어로 규정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개인은 특정 상황에 처할 때 특정 성격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아이가 부모와 있을 때의 성격과 또래 집단 안에서의 있을 때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얼마 전에 본 경험이 떠오르기도. 세 번째로 경로의 원칙은 인간의 발달은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빠른 것이 똑똑한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학습하는 데 있어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자율 속도형’으로 수업을 진행했을 때 훨씬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는 실험의 근거도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것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내 경우 학창시절 수학이 참 어려웠는데, 하나를 이해하는 데 다른 아이들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골똘히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해결해 보면 결국 풀어낼 수 있었고 말이다. 학교 현장의 모습도 떠오른다. 주어진 시간 안에 지문을 읽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상을 말해보라는 기본적인 주문이, 저마다 지문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책의 후반에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의 개념을 채택하여 교육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한 해법도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 과연 그게 가능한 것인가 혹은 옳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나 목표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하고 싶다. 개개인성을 지향할 때, 평균주의에서 벗어날 때 교육은 보다 학생 개개인에게 유의미한 성장의 경험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는가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난 그간 어떤 어떤 가치를 지향해 왔을까. 앞으로 나는 어떠한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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