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옥
돌아가 고향마을의 이장이 될
꿈을 가진 공무원이 있다.
나라 살림 궂은 일 틈에도
어린 시절
흰 눈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초가지붕 짚풀을 타고
봄비가 삭혀 떨어지는
낙수의 부드러움을 생각하는,
산자락을 타고 낮게 내려 앉는
칠흑의 어두움과도 만났던.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세상의 계산으로는 셈할 수 없는
어린 시절 받은
복에 넘치는 재산이 있다.
지금은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지만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백 평의 꽃밭.
철따라 채송화, 봉숭아, 분꽃, 나팔꽃이
아무것도 아닌 듯
소리없이 피고는 지는
피어서 뽐내지 않고
지면서 슬퍼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