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이 넘는 기간동안 글을 쓰면서 소위 '사이클'이라 말하는 부침의 계곡을 여러본 오르내렸다. 그렇게 해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은게 있는데
1. 반짝이는 아이디어보다 평범한 일상의 글이 더 낫다
2. 글쓸 시간이 적다면 적은 시간에 맞는 글을 쓰면 된다
3. 글이 노동처럼 느껴질 때는 지금 쓰는 글에 나 자신이 담겼는지 확인해보라.
이 세 가지다. 이 중에서 세 번째 교훈이 가장 와닿는데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내리게 된 결론이다. 내가 평소에 쓰는 글은 후기글, 설명문, 일기, 시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일기의 빈도가 극도로 낮은 편이다. 대부분 내가 쓰는 글은 후기글이나 설명문 정도인데 이렇게 일처럼 변질되기 좋은 글들은 그저 쓰고 올린다는 조건에 정신이 팔려 나 자신을 담을 생각을 못하고 중간에 글을 마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 관한 리뷰를 쓰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영화 정보 + 줄거리 + 개인 감상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개인 감상 부분을 쓸 때 남들의 반응을 두려워하여 캐스팅이 어땠냐느니 연출효과가 좋았다느니 등 다른 리뷰어들이 쓰는 글을 무의식적으로 흉내내어 몰개성한 글로 던져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글들은 말그대로 물량을 채우는 것으로 그칠 뿐, 나라는 사람의 향기가 묻어 생기있는 글로 통통 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개인 감상만으로 꽉 채워진 넋두리 같은 에세이 또는 시 같은 글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는 글을 편하게 쓰자는 마음이 너무 커서 보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앞뒤없이 내 느낌만 덩그러니 써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그렇기에 글쓰기의 시작은 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니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와 흥미를 끌 수 있는 약간의 서사와 개인의 생기를 묻어낼 수 있는 약간의 감상이 들어갈 수 있는 일기가 내 글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기본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일기쓰기가 어느 정도 생활화되면 이제 본인이 쓰고 싶은 글, 후기나 설명문을 쓰되 정보와 감상의 배합을 생각해서 커피에 시럽을 넣듯이 나라는 향기를 마무리로 살짝 넣으면 그것이 바로 나의 향기가 나는 내 글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