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그

by 병아리 팀장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강아지를 샀다. 당시에 유행했던 광고인 플러그인에서 나오는 못생긴 강아지를 갖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못생긴, 아주 못생긴 강아지 새끼를 사달라고 졸랐고 어머니는 1996년 기준으로 43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생후 3개월된 퍼그 새끼를 분양 받아오셨다. 나는 개 이름을 못난이로 지으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부정적인 이름은 안좋다고 하셔서 깐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토록 소원하던 못생긴 개가 집에 와서 나는 학교가 끝나면 불이 나게 집으로 달려와서 깐돌이랑 놀았다. 근데 이놈이 처음에는 나랑 노는 것에 협조적이더니 나중에는 내가 와도 별로 반기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슨 1개월 남짓 집안 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서열이 아래임을 눈치챈 것이리라. 10살 조금 넘은 어린 마음에 모욕감과 상처를 받은 나는 그 때부터 강아지를 과하게 길들이는 특이한 버릇이 생겼다.
강아지 꼬리에 바람개비 달기, 강아지 코 만지기, 강아지 전신 맛사지, 강아지 러닝머신에 태우기, 강아지 코를 머리카락으로 간지르기, 다른 동물(내 경우에는 주로 거북이를 이용했다)과 싸움붙이기 등등 남들이 들으면 괴이하게 생각할만한 행동은 그 때 그 서러움과 사랑받고 싶어함에 생겨난 것이리라.
깐돌이와는 1년반을 같이 지내다 집이 이사를 가면서 결국 근처 동물샵에서 이별을 고함으로 헤어졌다. 처음부터 개를 키우는 것에 반대했던 아버지는 나를 보며 투덜대시면서 "43만원 개를 27만원밖에 못받고 팔다니."라는 말만 연달아 하셨다. (깐돌이로서는 보신탕을 좋아하는 아버지 손에 잡아먹히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리라.)
그 후에도 몇번 개를 암암리에 키운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개와 깊은 정을 쌓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 내가 은퇴하게 되면 나의 24시간을 총동원하여 보다 사람 친화적인 개로 조련시켜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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