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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Sep 16. 2017

나의 글은 버리는 과정

나의 글은 버리는 과정.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심도

남의 관심을 사려는 본능도

내 힘을 확인하려는 과시도 아닌

그저 버리고 잘라내며 정제하는 과정.

근사한 이야기를 바라면서 디테일은 거부하는 뻔뻔함을 버리고

떠난 이가 혹시 돌아올까 누군가 나를 위로해줄까 기대하는 미련을 버리고

계속 쓰다보면 돈과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글이 나올거야라는 허황됨을 버린다.

버리고 버려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고

내가 쓸 수 있는 것에서 내가 잘 쓰는 것을 쓰고

내가 잘 쓰는 것에서 나 자신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쓴다.

그렇게 계속 쓰다보면 나 자신만 남게 된다.

하루에 세 시간, 그렇게 십 년씩 일만시간 동안 글이 내가 되고 내가 글이 되게 단련하고 정제한다.

그렇게 정제된 글은 마치 잘 끓여나온 용광로의 쇳물처럼 창도 칼도 방패도 갑옷도 될 수 있다.

그렇게 연단된 나는 과거의 허물도 미래의 막연함도 잊고 무아의 정신으로 글쓰는 것 자체가 본능이 되버린다.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아직 8년이 남았다.

무얼 더하거나 원하는 본능은 진공상태를 허락않는 공기처럼 끝없이 나를 침범하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간다.

멋있지도 않고 돈이 되지도 않지만 끝없이 버리고 또 버린다.

다 버리고 깎아 글로 담을 수 있는 자아와 본능만 남을 때까지.  

그렇게 십년이 지나면 적어도 하나는 남을 것이다.내가 진정 써야할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말이다.

그 하나의 확신을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십 년간 내가 쓰는 글로 나에게 돈이나 명예, 인기나 작품같은 것이 생기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글로 누군가의 마음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리기 위해.

완성된 내가 아니라 초기화된 내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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