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이 답은 아니지만,
수요일 아침, 출근길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창밖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피곤해 보인다.
눈을 감으면서 나는 문득 생각한다. 나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이제 벌써 직장 3년 차. 신입이라기에는 경력이 쌓였고 경력이라기엔 연차가 부족하다.
주변 친구들은 퇴사를 고민한다. 어떤 친구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났고, 또 다른 친구는 조금 더 버텨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저 답을 찾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앉아 출근한다.
하지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런…. 하고 싶지 않은 건가? 일이 버거운 것도 아니고, 특별히 싫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도 않다.
단지 가끔 그런 기분이 든다.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모른 채 출근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나는 출근길에 이렇게 생각한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이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나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사실 나는 회사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 퇴사를 바라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머릿속에서 수없이 맴도는 고민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고, 그 방어기제로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르겠다.
일은 늘 새롭고, 그래서 더 버겁다. 모르는 것이 많고, 나에게 가르침을 줄 사수도 없다. 모르겠다.
대기업에 들어왔지만, 막상 내가 하는 일은 별거 없어 보인다. 애써 배우고 익혀도 업무는 자꾸 바뀐다.
그러면서도 성과를 내야 하고, 그놈의 고과에 대한 압박이 따라온다. 내가 이 일을 잘 해내고 있는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나는 여기서 가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반복될수록 내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퇴사를 생각한다. 마음이 편해진다.
무작정 퇴사를 꿈꾸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퇴사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면, 지금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익히고, 회사라는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나를 성장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게 버티는 힘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만이 내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걸 되뇐다. 회사에서의 성과가 내 전부가 아니라면, 내 가치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 때로는 막막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고민만 하고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생각 하나로도 꽤나 위안이 된다.
그래서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그 길을 찾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나는 출근한다.
나만의 리듬을 만들고, 의미 있는 하루를 쌓아가며, 소소한 성취감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다.
이 글은 시작이고, 내 길을 찾는 그날까지, 나는 계속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