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깎아내지 않고 각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
어릴 적부터 우리는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동그랗게 웃고, 둥글게 말하고, 둥글게 행동해야 한다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동그라미처럼 굴러가야 어디서든 부드럽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태생이 네모였다. 내 안에는 모서리가 있었다. 날카롭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모서리였다. 처음엔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던히도 깎아보았다. 억지로라도 둥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깎으면 깎을수록,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둥글어지기는커녕, 나라는 존재 자체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의 모서리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내 일부였다. 굳이 깎아낼 필요가 있을까? 세상에는 네모도 필요하다. 모든 것이 동그랗기만 하면, 흐름은 부드러울지 몰라도 한 번의 충격에 쉽게 무너진다.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때로는 각진 모서리들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존재.
그러니 나도, 너무 애써 둥글어지려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는 작은 사회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초년생은 가장 약한 존재였다. 주어진 것은 적었고, 지켜야 할 것은 많았다. 마음은 컸지만 손에 쥔 무기는 없었다. 의견을 내고 싶었지만, 내 말 한마디가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한때는 치열하게 달려온 학생이었고, 목표를 세우면 어떻게든 해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처음 겪는 낯선 좌절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무기를 모으는 시간이었다. 권한이 없다고 해서 배울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것부터 쌓아가면 된다. 모서리를 억지로 둥글게 만들 필요 없이, 내 색깔을 유지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 초년생이라는 이름도 벗겨지고 나만의 힘을 갖게 될 테니까.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다.
한동안 나는 새장 속에 갇혀 있다고 느꼈다. 회사라는 새장은 따뜻했다. 안정적인 월급이 나왔고, 바깥세상의 거친 바람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점점 날개를 접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나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오랫동안 접어둔 날개는 펴는 방법을 잊어갔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당장 뛰쳐나갈 용기가 없더라도, 날개를 펼치는 연습은 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 조금씩 바람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 그럼 언젠가 문이 열리는 순간이 오면, 나는 주저 없이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새장 속에 있느냐가 아니라, 내 날개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네모다. 모서리를 지닌 채 살아간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내 결점이 아니라는 걸 안다. 동그라미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네모는 필요한 존재다. 때로는 부드럽게 맞물릴 수 있도록 모서리를 살짝 둥글게 다듬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이루는 본질까지 깎아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니까.
지금, 나는 준비하고 있다. 무기를 모으고,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를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 모서리를 지닌 채 빛나는 순간이 올 것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