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하기 싫지만, 살아는 봐야 하니까
출근길, 지하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제와 같은 길, 같은 시간, 같은 표정의 사람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떠올려 보지만, 사실 다 거기서 거기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정리한다. 회의를 듣고, 보고서를 수정하고, 점심을 먹고, 또 같은 업무의 반복. 가끔은 내가 로봇이 된 것만 같다.
"꿈이 뭐야?" 누군가 묻는다. 한참을 머뭇이다가 그냥 웃고 만다. 어릴 땐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저 무사히 하루를 넘기는 게 목표가 되어버렸다. 퇴근이 가까워질수록 가벼워지는 발걸음이, 지금의 내 소망을 말해주는 듯하다.
자기 계발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더 나은 커리어를 위해,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퇴근 후 내가 바라는 건, 새로운 목표가 아니라 그저 소파에 누워 쉬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원동력은 있다.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 점심시간의 산책, 퇴근길에 듣는 음악.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이 작은 순간들이 하루를 살아가게 만든다.
꿈이 없다고 해서 삶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내일도, 다시 한번 그렇게 살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