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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맘 Nov 16. 2019

개는 왜 무는 걸까?

그래에게 제대로 물리다

 



 출근길 유혈 사태  

  그래가 4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이가 지러운지 무엇인가를 엄청 물어뜯기 시작했다. 집중력도 좋고, 자기 물건에 대해 애착도 많아 인형을 하나 물빼앗기지 않으려고 인형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움직이기도 했다. 그래에게 뼈다귀 같이 생긴 모양부터 몇 개의 치발기를 사주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지 가구나 벽 모서리 등 물어뜯고 갉아먹은 흔적이 집안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그래는 겁이 많은 편이었고, 예민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아기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랬나 싶다.   


  한 번은 출근 준비로 정신없는데, 주방 한편에 떨어져 있던 검정 비닐을 입에 물고는 흔들어 대며 신나게 가지고 놀고 있었다. 강아지가 비닐을 삼키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놓으라며 억지로 뺏으려 실랑이를 벌였다. 정말 이었다. 그래에게 물렸다. 난 너무 깜짝 놀라 손을 어떻게든 빼려고 했고, 순간 외마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조그맣고 힘없는 녀석인 줄 알고 무시했다가 날카로운 유치에 제대로 물린 것이다.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 남편은 그 장면을 보고 그래를 혼내며 도와 주려다가 심지어 같이 물렸다. 나름 개를 많이 키워봐 본인은 잘 다룰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래에게 물리니 속상한 마음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  둘 다 바쁜 출근길에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니 정신없고, 화가 나고, 알 수 없는 처참한 심정이었다. 그날따라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밖에 나가니 겨울바람에 다친 엄지손가락이 깊숙이 아려왔다.  



자존심이 센 강아지, 아들도 물다

  개들은 자존심도 없다던데, 그래는 그렇지 않았다. 개에게도 자존심이 있다는 걸, 고양이 같은 개가 있다는 걸 그래를 보고 알았다. 무엇보다 그래는 배를 드러내는 것을 너무 싫어했다.


"아니, 무슨 개가 배 드러내는 걸 이리 싫어하냐? 이런 개는 처음이야."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들이 그런 그래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억지로 뒤집으려고 장난치다 심하게 물린 적이 있다. 나는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있었는데, 갑자기 으르렁 거리는 사나운 소리와 함께 아들의 비명이 들렸다. 느낌이 안 좋았다. 소형견 치고는 힘이 좋아서인지 정말 세게 물렸다. 아들 말로는 개를 이불에 돌돌 말아 굴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손을 물더니 머리를 흔들더라는 것이다. 아들도 처음이라 당황해서 손을 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유치에 더 많이 상처를 입었나 보다. 급히 병원 응급실까지 뛰어갔는데 의사는 아들의 손을 봉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순간 나도 그래를 정말 키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이 됐다. 너무 화가 나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그래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소중한 내 아들을! 그래 이 녀석, 네가 이렇게 만들었어! 너 당장 내일 개장수한테 팔아 버릴 거야!”

소리를 질러도 분이 풀리지 않는데 그래는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잔뜩 쪼그라든 자세를 하고는 덜덜 떨고 있다.


  이 와중에 아들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엄마, 내가 그래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괴롭힌 거예요. 내가 잘못한 거니까 혼내지 마세요……”

그래의 행동이 자기 방어를 위한 본능인 것을 아들은 어렴풋이 이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식구들을 돌아가면서 물어! 개가 사람 물면 그거 못 고친대!"

 그런데, 정말 고칠 수 없는 걸까?



무는 강아지에 대한 가족들의 대처 방안은?

 

  동물병원에 가서 그래가 무는 것에 대한 상담을 하고 몇 가지 조언을 받았다.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특히, 지금은 유치라서 강아지 이빨도 매우 날카롭고요. 일단, 사람의 손이 좋은 손이고 물면 안 된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 주는 게 필요해요. 가끔 손 위에 맛있는 간식을 올려놓고 먹게 하세요. 그러면, 혀로 사람의 손을 핥으면 그 손길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킬 수 있어요."


수의사 선생님은 옆에 있던 액상 비타민을 손바닥에 짜 놓고는 그래가 핥아먹는 것으로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말씀을 이어가셨다.


 "일단 싫어하는 행동을 가급적 하지 마세요. 개들은 본능적으로 방어하니까요. 똑똑하고 예민한 강아지들은 배를 드러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주인에 대해 조금씩 신뢰가 쌓이는 시기니까 조심하면 될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터치를 많이 해주시면 아마 그래도 알 거예요."


  그 날 이후, 가족들은 가끔씩 맛있는 간식을 손 위에 주고 먹게 했다. 잘했다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목욕을 하고 나서 싫어하는 털 빗기를 오래 하면 으르렁 거리고  무는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 후에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벌벌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차츰 무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가족들도 그래의 성격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개도 나이를 먹으며 철들면서 무는 행동이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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