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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맘 Nov 15. 2019

반려견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 걸까?

그래의 식습관에 대한 고민



반려견 먹거리에 대한 고민


  그래는 먹성이 정말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사료를 주자마자 쉬지도 않고 정신없이 먹었다. 어린 나이었지만 딱딱한 개껌도 우둑우둑 씹어 너무나 잘 먹었다. 항상 굶겨 놓은 강아지 같았다. 하지만, 지독하리 만큼 다른 것들은 주지 않고 사료만 먹였다. 가끔 간식으로 주는 덴탈 개껌, 말린 닭고기와 사과, 감 등 씨 없는 과일류와 고구마, 영 보충 비타민 정도가 전부였다.


  사료만 주게 된 이유는 개를 살 때 판매하시는 분이 사료만 먹어야 오래 살고, 잔병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의 음식을 먹게 되면 점차 사료를 안 먹는다고 했다. 특히 소금간이 되어 있는 음식에 입맛을 잃는데, 염분은 개들의 건강에 매우 안 좋단다.


  사료만 먹이기로 결정해서 영양이라도 잘 공급해주려고 최대한 좋은 사료를 먹이려 노력했다. 개월 수에 맞게 급여량나이에 맞는 알크기를 정하고 영양소와 성분,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검색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BHA, 방부제 등은 몇 년 전만 해도 특별히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 평판이나 가격이 비싼 수입산 유기농 사료, 동물병원이나 펫 샵에서 추천하는 사료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을 고려한 후 신중히 결정해 꽤 오랫동안 급여했던 사료에서 문제 원료가 검출되어 충격을 받았다. 유치가 날 때 많이 줬던 개껌은 표백제를 비롯한 유해성분과 질 나쁜 소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난감했다.


  하긴, 사람의 먹거리 장난을 치는데, 말 못 하는 동물들의 먹이는 오죽하랴 싶었다. 결국 견주들의 마음만 아픈 거다. 이런 문제들 때문인지 최근에는 유기농 식단으로 직접 조리해서 자연식, 보양식을 주는 견주가 더 많아 것 같다.   



식습관 훈련 위한 노력


  그래의 식습관 형성을 위해 만든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첫째, 급여량과 밥 주는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어려서부터 개월 수에 따라 무게를 계산하여  정확히 주었다. 자율배식을 하는 강아지들도 있었지만, 그래는 너무 많이 먹어서 주면 주는 대로 다 먹을 것 같았다. 자동으로 시간에 맞춰 배식해 주는 기계도 있었지만, 맞벌이라 주인으로서의 권위를 가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먹이 주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에 가족들이 직접 주면서 훈련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둘째, 사람이 밥 먹는 시간과 편차를 두고 강아지에게 밥을 챙겨줬다. 밥 먹을 때 가급적 식탁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그래는 밥 먹는 시간에 식탁에 와서 음식을 달라거나 덤비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마음이 약해진 남편 너무 매정하다며 과일을 먹을 때 나 몰래 슬쩍 챙겨주곤 했다. 그래에게 과일을 주려고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린 척하며 '실수!'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일관되지 않은 교육태도는 그래에게 혼란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밥 먹을 때 내 곁에는 오지 않고, 남편에게 가서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래를 보며 견주도 일관된 교육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섯째, 밥 먹기 전에는 인내심 기르는 훈련을 했다. 어릴 때부터 밥을 주고 '기다려!'를 시켰다. 가장 본능적인 것을 참고 이겨내면 다른 것들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은 기다리라고 명령하면 먹을 것을 앞에 놓고,  1분쯤은 충분히 인내할 줄 아는 강아지가 되었다.


  그래의 먹성 덕에 다양한 훈련을 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서너 가지의 공, 인형들을 놓고 찾아오라고 하면 해당 물건을 찾아왔다. 그때마다 사료 한 알이나 좋아하는 간식을 던져주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그래는 자연스럽게 자기의 행동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의 단어에 익숙해지면 다른 단어를 익히며 다양한 명령어를 익혀나갔다. 이 방법으로 앉아, 먹어, 기다려, 손, 하이파이브 등의 단어를 훈련시켰다.


  개는 사람의 말을 아는 것이 아니라 눈치나 분위기로 파악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으니 개와 소통하는 것 같아 키우는 재미가 훨씬 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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