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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맘 Nov 12. 2019

다른 집 개들은 잘만 하던데......

그래의 배변 훈련기


 

  반려견을 키우 생각보다 신경 쓸 일들이 많이 생겼다. 


  처음 맞이한 가장 큰 난제는 배변훈련이었다. 펫 샵에서 배변훈련이 안된 강아지를 데려왔고 맞벌이라 하루 종일 집을 비우다 보니 고민이 됐다. 지인 중에 맞벌이를 하며 개를 키우는 집이 있었는데, 배변훈련이 안돼서 집이 너무 심각한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다못해 개 훈련소에 보내서 몇 주간 교육을 받고 왔는데,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완벽하게 교정이 안됐다며 속상해했다.


   처음 그래를 데려왔을 때는 어찌할 줄도 모르고 있다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후 일주일 동 배변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우선, 울타리 안에 배변판을 설치해 최대한 강아지가 실수하는 영역을 줄다. 그래가 몸집이 작았기 때문에 울타리가 아주 작은 공간은 아니었다. 그래는 삼일 정도 되니 냄새와 발바닥 느낌으로 배변판을 인지하는지 그 안에 오줌을  빈도가 늘어났고, 가족들은 성공할 때마다 칭찬하며 사료 한 알을 주었다.  


  일주일쯤 되었을 때 활동 공간을 넓히기 위해 사람이 없는 낮시간에는 울타리 안에 넣어놓고, 퇴근하면 울타리 밖으로 그래를 풀어놓았다. 그래가 어려서 넓게 느껴지는 거실 공간이라 배변판 이외에 거리를 두고 배변 패드를 세 군데 정도 더 깔아 놓았다.


  무엇보다 그래의 규칙적인 식사 덕에 대략의 배변 시간을 가늠할 수 있었다. 잘 관찰하다 보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며 배변을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나 느낌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엉뚱한 장소에 있으면 부지런히 배변판 위에 개를 옮겨 놓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지속적인 관찰과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하루는 남편이 그래에게 몸소 설명해준다며 배변패드 위에 견상 자세를 취했다. 

  

   "그래야! 여기 위에서 이렇게 다리를 들어! 이렇게~"


   옆에서 보니 정말 가관이다. 그래가 정말 알아듣기는 하는 걸까? 어쨌든 성공 횟수는 늘어갔다. 그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칭찬해주고는 사료 한 알을 보상으로 주었다. 실수하면 혼내지 않고 탈취제를 뿌려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배설물을 깨끗이 치웠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강아지는 사람들의 칭찬과 보상에 대한 패턴을 반사적으로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무리 없이 집 안에서 배변활동이 가능했고, 6개월 정도 지나서는 어떤 스트레스를 받거나, 너무 기분이 좋거나, 문제 상황이 생기더라도 본능을 완전히 제어할 정도로 안정화되었다. 지금은 실수를 하는 일이 거의 없고,  몸 크기가 성장해도 어릴 때 쓰던 작은 배변판에 오줌을 누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숙달됐다. 덕분에 집에서 개 냄새가 거의 없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어떤 강아지는 하루 만에 바로 성공했다는 둥, 훈련시키지도 않았는데 패드만 깔아주니 알아서 바로 배변을 가렸다는 둥 똑똑한 강아지들이 넘쳐났다. 반면, 어떤 강아지는 배변 훈련소까지 가도 못 고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는 강아지의 성격이나 지능지수 때문일까? 아니면 견주의 책임일까? 물론, 모든 문제가 복합적이겠지만 수많은 인터넷 정보들을 검색하며 느낀 것은 강아지에 따라 훈련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개를 키우다 보면 자녀를 양육할 때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자식도 그렇듯, 남의 집 강아지의 빠른 훈련 속도와 비교하지 말고 견주의 능력을 자책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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