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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경 Jun 25. 2019

나의 새로운 직업

스위스의 가정주부

결혼을 하고 스위스에 와서 살면서 나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가정주부.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현모양처라고 말하고 다녔고, 멋진 엄마가 꿈이기도 했는데 당연히 실제로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직업이 가정주부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독일어 수업을 다니며 직업을 이야기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나는 현재 직업이 없으니 나의 직업은 가정주부라고 말해 주었다.  


흠..... 꽤나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해야 하나?


내 직업을 가정주부라고 말하는 것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부끄럽기도 했고, 경제활동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주부라는 말이 어색해서일까?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곧 직업을 구할 것이며, 스위스로 오기 전에 나도 일을 했었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가정주부가 부끄러운 직업이 아님에도 왜 그랫었는지.....  나도 나 자신을 알 수는 없다.


스위스에서의 가정 주부로서의 삶은 꽤나 즐겁다.

신랑이 학생이라 아침에 학교를 가는데, 알아서 준비하고 간다.  그래서 나는 일어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느지막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씻는다.


점심엔 내가 알아서 먹고 싶은 한국음식을 주로 해 먹고, 신랑이 일찍 오면 같이 먹는다.  

그전에 연애할 때는 내가 밥하면 신랑이 설거지하고, 신랑이 밥하면 내가 설거지하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내가 설거지를 조금 더 많이 한다.

가장이라 아껴주는 중  ㅋㅋㅋㅋㅋㅋ



저녁은 주로 시엄마가 하는데,

난 왠지 시엄마라는 말은 별로더라. 남편이라는 말은 더 별로고, 여기서는 카샤, 나타나엘(나트)라고 이름을 부르는데 편의상 이름을 써야겠다.


여하튼, 모두가 저녁에 집에 있다면 저녁은 카샤가 하고 내가 가끔 돕거나 혹은 구경하고, 정리는 에디(카샤 남편)나 우리가 한다. 딱히 도와달라거나 치우라는 소리는 하지 않아 돕는 게 내키지 않을 때는 그냥 1층에 내려와 있는다.



나트가 일을 하게 되면 도시락을 싸 줄까도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만약 내가 일을 구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사 먹는 걸로 ㅋㅋㅋㅋㅋ


청소는 내가 한다. 우리 층만

우리 집은 3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층엔 방 1개, 거실 1개, 욕실 1개, 주방 1개

2층엔 거실 2개, 욕실 1개, 주방 1개

3층엔 방 1개, 손님방 1개, 오피스, 다락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난 당연 1층만 청소한다. 근데 가끔 카샤가 우리 빨래도 같이 해주곤 한다.

부지런한 카샤. 진짜 존경함.  나도 부지런해져야지.  


기승전 카샤였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삶이란.

나도 지금의 내가 부러 울 지경


일을 안 할 생각은 절대 없고, 독일어가 어느 정도 되면, 혹은 7월에 한국에서 우리 결혼식을 마치면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구해 볼 생각이라, 그때까지는 쉬어도 된다는 생각.


그래서 심심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 중.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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