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보니
일상에서 내가 누구에게 질투를 느끼는지 가만히 관찰해보니 ‘엄마 사람’들이 이룬 성취에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묘한 패배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종종 심각한 질투 감에 휩싸여 쭈글쭈글해져 있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던지, 전심으로 부정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질투라는 감정을 대면하지 않기 위해 혹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아왔던 ‘전’ 인생을 기억해본다. 결혼 전, 엄마가 되기 전의 삶, 누군가가 부러우면 경쟁구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질투가 느껴지면 자기 계발로 나를 채웠던 시절이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불과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과거이다.
‘질투’라는 틀, 나는 이성이 생겨났을 때부터 줄곧 그 영향권 아래 살기를 선택하고 나아가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지금 되돌아보니 결단력, 추진력, 패기, 자신감의 이면에 불쏘시개가 꼭 질투심이 아니었나......
엄마가 되어서는 내 전 인생을 꼿꼿이 관통한 질투라는 감정이 혹 에너지가 좀처럼 다스려지지 않고, 도무지 ‘힘’이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일까 지질하게 패배감과 분노에 휩싸여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았던 무기력함, 미친 듯이 책만 읽어댔던 공허함, 매일 글을 썼던 간절함, 일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까 싶었던 조급함, 카드를 시원하게 긁었지만 좀처럼 만족감이 없었던 비루함으로 가득한 회피의 시간이 나의 아이가 커가는 순간을 갉아먹은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면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놀아주고, 가르치고...... 어느 것 하나 ‘스스로’가 불가능한 이 존재와 하나가 된 삶에서 나의 존재감을 꼭 누군가를 통해 인식할 때마다 질투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는지.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는 능력자 누구 엄마,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며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에너지 왕 누구 엄마, 재테크를 잘하여 자산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미다스의 손 누구 엄마. 일면식 없는 ‘누구 엄마’ 이야기 속에서 나도 꼭 ‘누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인가, 힘차게 치고 나가기에는 내 발목을 꽉 붙잡고 살겠다고 매달리는 아이의 환장할 무게감 때문인가 주저앉아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지 못하는 나는 능력이 없다고,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선뜻해보지 못하는 나는 우유부단하다고,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을 가진 나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면 내 ‘꼬리’를 꽉 붙잡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나만 남는다.
엄마가 되었다 하더라도 각자 다른 삶의 배경과 뿌리를 발판 삼아 여러 모양의 성취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인데 내 삶의 소중한 뿌리와 고유한 배경을 무시한 채 삶의 수치화된 결과에 집착 수준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 곧 인생을 40년이나 살았다고 말해야 하는데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자주 스스로에게 던지지만 늘 어려워 쩔쩔매고 있다.
삶의 우선순위, 가치에서 나 개인에게도, 남편과 아내인 우리에게도 ‘육아 외엔 없다’고 가슴 벅찬 만족감과 자부심이 거짓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질투라는 감정과 종종 이성까지 마비시키는 패배감에 에너지를 소진할 때가 많은 엄마인 나는 오늘도 이 어려운 줄다리기 중간 어디쯤에서 어느 쪽을 더 당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