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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스에게 배운 겸손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근육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by 이열

지난 PT 수업 시간, 생전 처음 보는 운동과 마주했다.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 ―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지만, 트레이너 선생님의 시범과 설명은 단순 명료했다. 두 손에 아령을 들고, 한 발을 박스 위에 걸치고, 한 발은 앞으로 내디뎌,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


'그까이꺼 뭐 ㅋ'


만만하게 보였다. 러닝으로 단련한 하체는 자신 있었으니까. 하지만 첫 세트를 마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만하고 싶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거칠어졌다. 잠깐 저세상을 엿본 기분. 절로 겸손해지는 순간.


하지만 나는 결국 3세트를 해냈다.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근육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불스스는 나에게 새로운 벽이자 동시에 새로운 문이었다.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더 겸손해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더 끈질겨져야 할 것 같다.


이제 PT 수업은 끝났다. (솔직히 신난다) 앞으로는 혼자만의 싸움이다.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조용히 다짐해 본다. 혼자라고 마음 약해지지 않기를. 근육맨의 길, 멈추지 않고 꾸준히 걷기를.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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