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숙취와 용서 사이에서

완벽한 삶보다는 진솔한 삶을, 일관된 모습보다는 솔직한 모습을 선택한다

by 이열

휴가 기간, 나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 숙취가 찾아올 정도로 마신 건 오랜만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안이 텁텁한 채로 잠에서 깨어나며, 문득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건강한 식단을 챙기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한다. 맑은 정신과 가벼운 몸을 추구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왜 가끔은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깨뜨리고 싶어질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젠가를 와르르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처럼, 건강한 루틴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불현듯 찾아온다.


완벽함에 대한 피로감일지도 모른다. 항상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니, 가끔은 그 반대편을 경험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통제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 그어 놓은 선을 잠깐이라도 넘고 싶은 욕구.


재미있는 건, 일탈 후에 찾아오는 감정 변화다. 예전엔 자책감이 먼저였다. '왜 그랬을까',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고 있다. 숙취로 무거운 머리를 들고 거울을 보며 생각한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완벽하지도 않고, 일관되지도 않고, 때로는 스스로와 모순되기도 하는 사람. 그런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반성이 자기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숙취도, 일탈도, 모순도 모두 내 삶의 일부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나인 것이다.


또 숙취가 찾아오면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아, 또 그런 날이구나' 하며 웃을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가벼운 음식을 먹으며, 몸을 회복시킬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건강한 루틴으로 돌아갈 것이다.


완벽한 삶보다는 진솔한 삶을, 일관된 모습보다는 솔직한 모습을 선택한다. 그래서 오늘도 즐겁게 살아간다. 가끔 오는 숙취도 웃으며 맞을 정도로.




사진 : pixabay

keyword
이전 26화불스스에게 배운 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