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상식 관련해서 양적완화와 테이퍼링에 대해서 정리를 했는데 두 가지 단어 모두 돈의 유동성과 관련이 있는 단어이다. 돈의 유동성은 곧 통화량을 말하는데 이 통화량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로 늘어난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위의 그림만 보면 이게 돈이 많아진 것 같은데 구매력이 늘고 GDP도 늘었으니 어느 정도 늘어난 것은 맞는데 이 늘어난 비율이 적당한지 아닌지 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통화량의 변동을 알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정의하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익숙해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혹은 미국의 달러는 또 얼마나 증가한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Ⅰ. 통화량의 구분
먼저 통화량의 정의에 대해서 알고 넘어가자. 통화량은 일정 시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 내에 유통되고 있는 통화의 양을 의미한다. 즉 돈의 양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때에 통화의 개념을 무엇으로 정의하냐에 따라 통화량이 달라진다. 단순히 통화=돈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돈의 다양한 종류에 따라서 통화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예금이나 적금, 아니면 시중에 있는 현금, 혹은 채권까지 포함할 것인지 등등에 따라서 통화량이 달라지게 된다. 결국 어디까지를 통화량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따라서 통화의 양이 결정되기 때문에 통화의 정의를 알아두어야 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유동성(liquidity)에 따라서 통화지표를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통화량 지표 M1 (협의 통화)과 M2 (광의 통화)
M1 협의 통화 ( 현금 통화 + 요구불 예금, 수시 입출식 저축성 예금)
시중의 현금에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을 더한 것이다. 현금에 가까운 통화라고 보면 된다. 예금은 예금자가 원하기만 하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과 거의 동일한 유동성을 가진다. 즉 M1은 유동성이 가장 높은 통화만을 의미하는 통화량이다.
M2 광의 통화 ( M1 + 기간물 정기예금, 적금 및 부금 + 시장형 금융상품 + 실적 배당현 금융상품 + 금융채 + 기타 투신 증권저축이나 종금사 발행 어음을 포함)
M2 광의 통화는 협의 통화 M1에 정기 예적금, 시장형 금융상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 등을 더한 것이다. M1을 제외한 정기예적금 등은 예금자가 현금화하고자 할 때 약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므로, M1에 비해서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유동성 지표 Lf (협의 유동성)과 L (광의 유동성)
Lf (금융 기관 유동성) M2에 보험회사 등의 기타 예금 취급 기관의 만기 2년 이상의 정기예적금, 및 금융채, 예수금 등을 더한 것이다. 과거에는 M3(총유동성)을 사용했는데, 후술 할 L(광의유동성)을 개발하면서 Lf로 새로 정의하였다.
L (광의 유동성) 한 나라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유동성의 크기로, Lf에 비금융기관인 정부와 기업 등이 발행한 국공채·회사채 등을 더한 것이다.
Ⅱ. 통화량 변동
다시 요약해 보면 M1과 M2를 통화지표로, Lf와 L을 유동성 지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량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자.
2021년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광의 통화량은 3천274조 4천억 원으로 1월보다 41조 8천억 원(1.3%) 늘었다. 2월 증가폭은 2001년 12월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1월에도 M2 증가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에도 2월 M2 증가율은 10.7% 대로 2009년 3월(11.1%)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 M2 증가율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확대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얼마나 늘리고 있을까? 2019년까지의 비교를 보기 전에 먼저 한국의 통화량 증가율을 짚고 넘어가 보면 한국은 7.9%를 증가시키고 있는데 평균 6%대의 증가보다 조금 많은 수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른 나라들은 보게 되면 미국은 8.4% 중국 8.2%이고 호주가 14%로 상당히 많은 돈을 찍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미국의 의존도가 높아서 중국과 미국의 통화량 증가 수준보다 조금은 낮은 수준으로 통화량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이는 한국 돈의 가치를 미국이나 중국돈의 가치와 비슷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Ⅲ. 통화승수
통화량은 시중에 도는 돈을 말하고 이 범위를 어디까지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통화량이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M2 협의 통화까지를 통화량이라고 정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통화량은 얼마만큼 늘어난 것인지를 계산하는 것을 통화승수라고 한다. 좀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낸 다음에 돈이 얼마나 재창조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수치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중앙은행이 100원을 시중 은행에 주면 시중 은행은 50원을 남기고 50원을 대출해 줬다. 그 50원은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25원이 남고 25원으로 대출되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 은행에 돈이 25원이 돌아오면 처음 은행은 다시 대출을 해주고 그다음 단계의 은행이 다시 빌려가는 식의 반복이 되면서 최초의 100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200원 300원으로 점점 증가되게 된다. 이를 통화승수라고 하는데 이는 시중에 돈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참고로 처음 중앙은행이 창고를 통해 풀리는 일차적 화폐 공급을 본원 통화라고 말한다.
그럼 통화승수는 당연히 시중에 있는 돈을 처음에 만든 돈으로 나누면 된다. 즉, 통화승수 = M2 / 본원통화가 된다.
2021년 2월 기준으로 통화승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역대 최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말은 처음 돈을 만들어냈을 때보다 돈이 많이 팽창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시중에 돈이 풀려도 제대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심각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돈을 쓰기보다는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아진 데다가,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지 않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현금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승수가 낮아졌다는 말은 돈이 본원통화가 시중에 나온 다음에 단계를 계속 거치면서 파생이 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즉, 팽창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 이유는 제1금융권에서 2 금융권으로서 돈이 전달되는 현상이 그렇게 급격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예전보다 돈은 많이 찍어냈는데 그 돈이 왜 재창조되지 못했을까?
본원통화에서 제1금융권으로 간 돈이 시중에 풀리지 않고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시장에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나 여행 같은 서비스 소비로도 이어지지 못했고 돈이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커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서 시중에 자금을 풀었는데 그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거나 혹은 자산 시장에 투자하는 정도만 돌고 이로 인해서 실물 경제에는 돈이 공급이 되지 못했다고 보면 된다.
[ 글을 마치며 ]
통화량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 본원통화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깨끗한(?) 돈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돈이 더럽다 깨끗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계를 많이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의 신용도가 높은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본원통화가 시중은행에 들어가고 이를 사용하게 되면 이 돈이 가장 짧은 단계를 거친 돈이다.
그런데 다시 시중은행이 아닌 사금융을 거치고 그다음 단계를 거치게 되면 더 높은 이자율과 단계를 거치면서 수수료를 물게 되면서 실제보다 적은 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중 금리는 3%인데 단계를 거친 돈은 금리가 5%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복잡할 수 있으니 두 가지만 기억되었으면 해서 다시 반복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시중에 도는 통화량을 결정하는 지표는 M2라는 것을 잊지 말자. 현금과 2년 내에 현금화를 할 수 있는 상품들을 포함한 통화량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통화승수(Money Multiplier)이다. 처음 만들어진 돈이 얼마나 재탄생되었는지를 보는 지표이다. 통화량을 결정하는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값이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은행에서 돈을 많이 찍어냈음에도 통화승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말은 본원통화가 실제 경제로 가지 못하고 자산 시장으로 갔고 시중에는 의도한 만큼의 돈이 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