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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Nov 10. 2021

애프터 버블

근대 자본주의는 연명할 수 있을까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불요불급이라는 말은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것을 말한다. 


코로나 이후에 우리에게 필요 없어질 것은 무엇이고 필요해질 것은 또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비대면이 필요해질 것이고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필요 없어진다는 것을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과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어떤 이유로 우리가 했는지도 모르면서 관성으로 했던 행동들이 점차 선택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며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과연 필요했던 것일까? 미국이 하니까 유럽이 하니가 너도나도 다 같이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도 그렇다고 보인다. 


미국은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달러를 푼다고 해서 달러 환율에 대한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자산가치가 올라간다고 해서 버블이라고 해서 걱정할 이유도 없다. 미국의 자산은 달러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들은 달러가 늘어난 만큼 자국 화폐를 찍어서 환율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달러가 자국에 더 이상 들어오게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환율이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이미 경제적인 규모가 이루어진 나라여서 환율에 대한 급등락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단지 걱정해야 할 것은 유동성으로 만들어진 자산시장의 버블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슬슬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고 보인다. 


이럴 때에 다양한 시선과 다양한 식견을 접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을 기준으로 다양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다고 생각이 든다. 


어떤 일들이 코로나 이후에 벌어질 것이고 현재는 어떤 단계에 와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이 책을 통해 가져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Ⅰ. 버블이 만들어낸 경제 성장


버블은 언제나 버블 애프터 버블이다. 버블 다음에 버블이 오고, 버블이 붕괴하면 이를 구제하기 위해 버블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버블은 부풀어 오르기에 터진다. 터지면 쪼그라든다. 그때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다시 부풀리는 수밖에 없다. 쪼그라든 것은 부풀리는 것 말고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자연스럽게 안정된 상태로는 영원히 되돌아가지 못한다. 


근대 자본주의는 버블이다. 


버블을 외부의 힘으로 부풀어 오른 것이라고 정의 내렸는데 그렇다면 버블 경제는 무엇일까? 


자급자족에서 벗어난 경제 상태, 즉 동일 규모에서 경제 순환을 반복하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난 상태다. 


본디 경제는 일정하고 변함이 없는 상태에 있다. 그런데 사회 일부에 부가 조금씩 축적되어 갔고 축적된 부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 근대 자본주의다. 


버블 경제에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유동화, 외부, 프런티어 개척이다. 이것이 유럽에서 탄생한 것은 1492년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 서다. 


대항해시대와 함께 새로운 부의 유입이 시작되었다. 외부에 잉여 생산물을 팔고, 외부로부터 새로운 물건을 들여왔다. 이것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자본주의는 외부로부터의 유입, 이를 계기로 하는 유동화로부터 시작되었다. 또 유동화를 통해 국경과 대륙을 넘나드는 교역과 사람의 이동이 급격히 늘어 도시로의 유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잉여와 소비를 만들어내어 자본주의의 확대, 즉 버블의 확대가 촉진되었다. 


경제 성장은 버블의 확대


현대에 들어 경제가 성장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문제는 절대적인 생활수준이 달라지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편의성, 오락이라는 사치품의 소비만 드러나는데, 그 수준이 개인마다 다르므로 거기에서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도시의 대량소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정착해서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돈으로 물건을 사게 되면서 소득이 낮으면 빈곤에 처하게 되었다. 


빈곤은 도시문제이며, 격차 사회는 경제성장이 버블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Ⅱ. 버블 애프터 버블의 30년


코로나 위기와 주가 대폭락은 무관하다. 


코로나 위기는 일어났다. 그러나 주가 폭락과는 관계가 없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폭락에 불을 댕긴 방아쇠, 즉 계기는 코로나 위기였지만 코로나 자체가 원인은 아니었다. 


폭락의 진짜 이유는 이미 주식시장이 버블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코로나 위기는 폭락의 계기가 되었을지 몰라도 폭락의 원인은 아니며 주가를 움직인 요인도 아니다. 


리먼 사태 후에 왜 다시 버블이?


버블이 생긴 이유는 금융완화, 그것도 세계적이고 비정상적인 규모의 금융완화에 있다. 전 세계에 돈이 흘러넘쳤고, 그 돈이 주식시장에 흘러들어 버블이 형성되었다. 


버블이 다시 생겨난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2007년 여름의 파리바 사태로 위기가 시작되어 2008년 9월의 리먼 사태로 금융시장 파탄이 결정타를 맞은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이 최대한의 금융완화를 단행했기 때문에 금리가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최저 주순까지 내려갔다. 


전 세계에서 양적 완화가 이루어지면서 바야흐로 돈이 남아돌게 되었다. 남아도는 돈이 갈 곳이라고는 리스크 자산 시장뿐이었다. 2009년 후반부터 주식이 폭등하고 2010년부터 부동산이 급속히 회복한 이유는 과잉 유동성 때문이었다. 


리먼 사태 이후, 부동산과 주식에 버블이 낀 것은 필연이었다. 


시장 자본주의는 유동화를 통한 수탈이다. 


금융시장만으로는 큰 버블이 생기지 않는다. 금융시장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떠받치는 실물경제의 수요 확대가 필요하다. 시장규모가 커지면 커지는 것 자체로 인해 더욱 버블이 확대된다. 


분업이 진전되므로 더욱 고도의 생산방법이 가능해지고, 자본축적을 통해 투자가 가능해지면, 생산수단을 생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규모의 확대가 추가적인 규모의 확대를 불어오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기술 혁신 같은 것이 아닌 새로운 조합을 통해서 경제규모가 확대된다. 


그것은 소득 수준의 차이이다. 가난한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의 시장과 만나면 가난한 나라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잘 사는 나라는 그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을 살 능력이 있으므로 생산에 맞는 수요가 생겨나 경제가 확대된다. 


잘 사는 나라는 자본을 제공하고 자본투자로 돈을 벌고 점점 부를 늘려 자본이 더욱 축적된다. 반면 가난한 나라는 노동력을 제공할 뿐 자본의 축적은 없다. 


잘 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차이는 시장 경제에 나중에 진입했다는 것의 차이일 뿐 문명이나 문화가 뒤쳐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차이로 인해 세계시장 전체에서 증가한 부의 대부분은 잘 사는 나라가 가져가게 되고 가난한 나라는 부를 갖지 못한다. 


가난한 나라가 불리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무엇을 생산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수요 측이므로 주도권이 잘 사는 나라에 있다. 수요와 공급 면에서도 수요가 먼저이므로 수요 측에 유리한 교역이 이루어진다. 두 번째 이유는 먼저 시장이 선진화된 쪽 잘 사는 나라의 움직임이 훨씬 빠르고 크다는 것이다. 


버블에 이은 버블


미국 국내에는 투자기회가 존재하지 않았었다. IT 버블이 붕괴한 후로 새로운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질 상황이 아니었다. 대기업 역시 엔론 사태로 불신감이 치솟아 주식시장, 대기업도 넘쳐나는 자금이 흘러 들어갈 곳은 아니었다. 


넘치는 자금은 후진국으로 흘러갔다. 1990년대부터는 이들 국가를 더 이상 후진국이라 부르지 않고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의미로 신흥국이라고 불렀다. 자금이 흘러간 또 다른 곳은 IT 버블의 대척점에 있는 전통분야였다. 


자원, 상품 작물, 그리고 부동산 다시 말해 주택이었다. 자원 버블, 신흥국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이 생긴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BRICS라고 명명하며 신흥국 중 큰 나라에 투자를 권한 것도 이 시기다. 


코로나 위기 버블


코로나 위기로 인해 일어난 일은 리스크 자산 시장 버블 붕괴로, 구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피해 구제는 필요했다.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으므로 이론은 제쳐두고 전력을 기울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도록 사회가 정부에 요구했다. 


그 결과, 금융 대책, 재정 대책 모두 최대한의 구제를 하고 말았다. 


실물경제 버블에서 시작된 재정파탄


코로나 위기는 코로나가 진정되면 함께 진정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레 수요가 생겨날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소비와 투자를 억제한 반동으로 일시적으로 급증할 것이다. 그런데 인류사상 최대의 재정 투입이 이루어졌다. 실물경제에서도 돈이 흘러넘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수요가 소실된 이유는 소득이 줄어서가 아니라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경제 활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소득이 줄지도 않았는데, 돈을 뿌려댄 것이다. 그래서 돈이 넘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국민 모두에게 10만 엔을 뿌렸다. 게다가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매출이 줄어든 기업, 개인 사업주에게도 돈을 뿌렸다. 소득이 줄지 않은 직장인에게도, 연금이 줄지 않은 고령자에게도 현금이 나누어졌다. 


생산활동은 평소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줄어든 것은 개인 소비다. 불안 공포감으로 소비가 감소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불필요한 소비를 해온 탓도 있다. 이러한 물건들의 소비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재정이 위기에 처하게 되지 않을까 불안해져서 열심히 저금한다. 그래서 돈을 뿌리면 뿌릴수록 저축성향은 높아진다. 기대한 소비 자극 효과를 얻지 못하니 정치가들은 돈을 더 뿌려서 소비를 자극하려고 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재정파탄이다. 


 Ⅲ. 코로나 위기는 사상 최대급 위기인가


대공황이 아니라 마지막 버블이 다가온다. 


코로나 위기 후에 올 중요한 것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버블이다. 코로나 위기 버블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 버블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마지막 버블이 될 것이다. 버블에는 단기 순환, 중기 순환, 장기 순환이 있는데 마지막 버블이란 중기 순환을 끝낸 버블을 말한다. 


지금까지 단기 순환이 끝날 때마다 다음 버블을 만듦으로써 본질적인 버블 붕괴의 처리를 미루어왔다. 리먼 사태로 세계 금융 버블이 끝났지만 본질적인 처리는 하지 않고 금융완화로 현실 문제에 눈감으며 나중 일로 미루었다. 


그 결과 국채 버블이 일어나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주식, 부동산 모두 장기간에 걸쳐 상승을 거듭했다. 그 이상으로 버블이 된 것이 정크본드 시장으로 규모가 대폭 확대되었다. 벤처 캐피털 시장 버블이 된 것이다. 


이러한 버블이 코로나 위기로 붕괴했다. 10년간의 단기 순환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애프터 코로나 버블이 시작될 것이다. 


스톡 쇼크가 아닌 플로 쇼크


코로나 위기는 스톡 쇼크 (경제 조직 중에 존재하는 돈이 부족해지는 것)가 아닌 플로 쇼크 (국민 생산량이 줄어든 것)에 그쳤다. 금융 부문이 직접 타격을 받지 않았다. 


공적 금융 기관, 민관 금융 기관, 모두 중소기업 지원 대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리스크를 대부분 떠안기 때문에 민간 금융 기관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다만 조금 큰 기업, 민간 금융 기관은 스스로 리스크를 부담하고 지원하는데 이곳들이 차례차례 한계에 이르러 파산하면 코로나 위기는 금융 위기에 가까워질 것이다. 


금융 부문이 직접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로나 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는 리먼 사태보다 임팩트가 작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끄떡없는 금융 시스템


미국은 실업률이 높아지고 일본은 실업률이 그대로인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기업, 정부의 리스크 회피 수단이 두 국가에서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 확산 여부와 상관없이 뉴욕에서 실업이 급증, 신규 실업보험 신청자 수가 330만 건이라는 충격적이고 역사적인 수치를 보였다. 그동안 1주일 최대 건수는 1982년 가을에 기록한 70만 건이다. 1주일 만에 330만 명이 직업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더 놀라운 점은 뉴욕에서 외출제한이 실시되기 직전 숫자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불황이 오기 직전에 330만 명이 직업을 잃은 것이다. 


미국의 무서운 점은 속도다. 기업은 도산을 면하기 위해 재빨리 해고할 수 있는 직원을 모두 자른다. 자본을 지키고, 그 결과 금융시장을 지켜낸다. 그러므로 실업률이 역사적인 수준을 기록해도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버블이 또다시 찾아왔다. 


전 세계에서 자금이 남아돌았고 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었다. 모든 금융 상품 가격이 올랐다. 리스크가 있는 것에만 이율이 붙어 이율을 좇는 투자자는 정크본드라도 사게 되었다. 


코로나 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리먼 사태 때보다 훨씬 작을뿐더러, 금융 기관은 직접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FED의 자산 매입은 리먼 사태 때보다 훨씬 크고, 또 재정 투입도 리먼 사태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Ⅳ. 모든 가격은 버블이다. 


전대미문의 원유 선물 마이너스 가격


WTI 선물은 1배럴당 -40달러가 되었다. 원유를 사면 4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선물 수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결제 기한이 다가왔는데 아무도 산다는 사람이 없어서 파는 사람이 투매한 것뿐이다. 


수요와 구매는 별개


원유의 선물 가격이 -40달러가 되었는지 정리해보자. 


현물이 아닌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선물을 금융상품으로 보고 투기적 목적으로 원유를 샀기 때문이다. 원유를 쓰지 않을 사람이 원유를 샀기 때문이다. 


원유라는 것은 실수요가 항상 있고 가치가 있는데도 폭락했다. 원유에 투자하는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렸을까? 그것은 폭락 전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원유의 적정 가격은 없다. 


원유는 아주 비싸다. 그 결과 돈이 된다. 생산 비용에 비해 가격이 아주 비싸므로 아주 많은 돈이 된다. 한 나라 경제가 원유만으로 돌아간다. 세계 경제의 패권을 결정한다. 그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그러니 돈이 된다. 단지 그뿐이다. 


왜 비쌀까? 필수품이어서? 물이 더 중요한 필수품이다. 천연가스가 원유를 대신할 수도 있다. 석탄도 대체가 가능하다. 왜 비쌀까. 그냥 어쩌다가 비싸졌다. 


어쩌다가 폭등한다. 그리고 그 가격을 어느 정도 계속 유지한다. 원유는 1배럴당 10달러든 40달러든 100달러든 상관없다. 가격이 결정되고 일정 기간 지속되면 그것을 전제로 세상이 움직인다. 


이것이 전부다. 이것이 일단 지속되면 그 후에는 지속시키는 힘이 작용하여 사는 쪽은 가격을 받아들이고 자력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원유 가격이 비싼 것은 우연의 일치다. 금도 다이아몬드도 가치는 없다. 


가치가 없는 것일수록 비싸진다. 


실체가 또렷하지 않은 것일수록 버블이 되기 쉽다. 대량으로 존재하기에 누구나 손에 넣기 쉽고 또 고갈할 우려가 없어서 버블이 된다. 희소성과 반대다. 희소성이 있는 것일수록 귀중하고 고가라고 믿기 마련이고 그러므로 버블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희소성이 있는 것은 고가는 될 수 있지만 버블이 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몰려들 수 없기 때문이다. 버블이 되려면 누구나 몰려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사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너무나 희소하면 손에 넣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몰려들 의욕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것이 안정된 자산 가치를 지닌다. 매각이 쉬우니까. 누구나 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팔 수 있고 안정된 재화 가치를 지니므로 구매자도 사기 쉽다는 뜻이다. 원래 비싼 물건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면 더욱 완벽하다. 아무리 귀중하고 희소한 것이라 해도 본 적이 없다면 믿을 수 없다. 


사기일지도 모를까. 하지만 금이나 다이아몬드는 누구나 안다. 다이아몬드나 금이 진짜이기만 하다면 파는 사람이 수상쩍어도 상관없다. 그러므로 팔기 쉽다. 


 Ⅴ. 새로운 차원의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전무후무한 경제 대책


재정 투입을 필요 없다.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파멸로 몰아넣는 최악의 재정 투입이다. 


첫째, 스톡은 아무것도 손상되지 않았다. (스톡 =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파악한 경제 조직 중에 존재하는 재화의 총액, 국가의 경제 기반 재화의 총액) 동일본 대지진과 달리 물리적인 시설, 농지 등 스톡 자산, 생산 요소가 되는 자본은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다. 


생산하려고 마음먹으면 바로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급 제약도 없고 경제 전체의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금융자산도 잃지 않았다. 주가는 한때 폭락했지만 코로나 위기 이전의 수준을 웃돌며 미국 다우,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셋째, 금융 기관이 직접 피해를 보지 않았다. 


생산, 금융, 수요, 공급, 아무것도 다치지 않았다. 따라서 평소의 경제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불요불급은 불요


평소대로 돌아오는 곳은 원활하게 회복되고, 돌아오지 않는 곳은 무슨 수를 써도 회복되지 않는 소비 스타일이 될 것이다. 


야간 업소 파친코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이겠지만 별생각 없이 가던 사람들은 가지 않을 것이다. 유흥 업소는 혼자 다니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폭증하겠지만 다 함께 마시는 수요는 급감하고 가족끼리 혹은 적은 인원수의 술자리로 대체될 것이다. 


 Ⅵ. 안심 신화가 재정을 파탄으로 내몬다. 


코로나 리스크는 제로가 될 수 없다. 


불안 해소를 위해 돈을 쓰고 있다. 불안은 돈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 결과 끊임없는 경제 대책이 필요해지고 혼미한 상황이 이어진다. 불안은 불안을 낳고 원인을 모르므로 더 불안해진다. 그러므로 불안한 쪽은 눈앞에 벌어진 모든 일에 닥치는 대로 불평을 늘어놓는다. 


첫째, 코로나 리스크는 제로가 되지 않는다. 감기나 독감은 유행이 지나가도 걸리는 사람은 있다. 사람들이 리스크 제로를 원하는 한, 영원히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코로나가 진정되어도 사람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안전을 추구하는데, 논리적으로 안전은 있을 수 없으므로 일단 불안감이 생기면 여간해서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감 해소를 위한 퍼주기


10만 엔 일률 지급을 열렬히 환영했다. 왜일까? 자신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원한 사람도 많다.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돈을 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라 불안감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앞으로 불안하다. 그 감정을 불식시키고 싶다. 8천억 엔을 쓰겠다고 선언하며 사람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불안할 때 돈을 줄 테니 어려운 일이 생기면 쓰라고 건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곧바로 모두에게 돈을 나누어 준 것이다. 


  Ⅶ. 애프터 코로나의 자본주의


미국은 패권 포기


세계의 경찰 자리는 일찍이 그만두었으며, 나아가 국제질서의 유지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졌다. 빈틈을 채우기라도 하듯이 혹은 틈새를 노리고 중국이 등장했다. 


이는 미국의 자국 주의가 더욱 현저해짐으로써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아프리카 지원을 더욱 강화하여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성장


아시아 각국은 고도성장을 달성하여 신흥국가에서 성숙 국가로 기어 변속을 잘해야 하는 단계에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내 지향이 가속화했다. 앞으로는 미국 없이 자력으로 중국의 아시아 내 패권을 전제로 중국과 마주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현대 사회 시스템이 없어 발전의 여지가 많다. 백지에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구 증가율이 높다는 점이다. 


21세기에 가장 영향력을 가지는 지역이 될 것이다. 아시아는 그야말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아프리카는 좋든 나쁘든 크게 변화하여 세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자급자족으로 회귀하라. 


경제문제는 이노베이션이 전부다. 이노베이션이 있으면 경제가 성장하고 사람들은 부유해진다고 간단하게 치부한다. 


이노베이션은 무엇인가. 기술혁신이 아니라도 좋다.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면 된다. 결과적으로 비싸게 팔리고 기업이 돈을 벌면, 돈벌이를 확대하면 그것은 이노베이션이자 성공이며, 이것이 경제의 활력을 낳고 성장을 지속시킨다고 생각한다. 


경제이론으로서도 사회의 목표로서도 틀렸다. 


우리는 필수품 생산을 소홀히 하고 사치품 만드는 데만 매달려 왔다. 그래서 성장이 가로막히면 더 큰 혁신적인 사치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왔다. 도대체 무엇을 추구해온 것인가. 


분업에 의한 생산력 향상을 통한 풍요로운 사회의 실현, 시장 경제에 의한 풍요의 실현은 좁은 지역에서의 자급자족을 조금씩 넓혀나가야 한다. 


 [ 글을 마치며 ]


가격이라는 것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버블이 되었든 가치가 적정하든 결국 그 기준으로 논하는 것은 가격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비트코인이든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매겨져 있는가 즉, 가격이 얼마인가에 따라서 우리는 버블인가 아닌가에 대한 열띤 논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논의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가격은 우연의 산물이다. 원유가 1배럴에 20불을 하던 40불을 하던 현재의 가치가 그렇게 정해지고 일정기간 동안 움직이다 보니 예전의 가격을 비교하고 수요과 공급을 고려했데 이렇다는 논리로 정하는 것일 뿐 실제로 가격에는 큰 의미는 없다. 


오일은 비싸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고 그 가격으로 인해서 경제가 움직이게 된다. 


이런 점을 좀 더 확대해서 보면 어떤 재화던 가격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에도 절대적인 가격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주식이 1년 전에는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다.


그런데 그 기업의 가치도 1년 전에 비해 가격의 상승과 동일한 비율로 증가해서 현재의 주가를 만들어낸 것일까? 


부동산의 가격도 예전에 비해 국가의 경제가 도시의 경제가 혹은 소득의 수준이 비슷한 비율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이 만들어진 것일까? 


답은 모두 예전에 비해서 상승한 가격과 동일한 비율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보인다. 


이런 현상이 생겨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버블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누구나 다 가질 수 있을 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가질 수 있는 물건은 인기가 많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 더 많은 돈이 몰리게 되고 몰리게 된 돈은 자연스럽게 가치를 상승시키게 된다. 


그 가격을 인정하는 사람은 버블이 아니라 주장하게 되고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버블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아지게 되었는데 좀 더 구체화해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현재의 자본주의 개념은 버블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려는 관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일순간에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게 되는 버블이 터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지만 결국 다시 다른 버블로 인해서 초기 수준의 버블은 지속해서 유지된다는 것이다. 


결국 버블이 발생되고 터지는 현상은 지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에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올바른 자세는 언제 버블이 종식될 것인가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버블이 터지기 전에 탈출하고 버블이 생기기 전에 진입하는 것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 시기를 적절하게 알기 위해서 신문을 읽고 책을 읽어야 하는 것 같다. 


그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참고 도서 : 애프터 버블 (오바타 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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