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반도체의 중요성을 꼽고 싶다.
우리가 현재 기대하고 있는 모든 기술이나 사용하고 있는 모든 기술이 반도체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로 동영상을 시청하던 집에 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타던,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주문하던 친구와 만나서 커피를 먹기 위해서라도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고 앞으로 중요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반도체 패권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최근 미중 갈등 관계의 핵심에도 반도체가 자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도 반도체가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고 미래의 경제 회복이나 세계 평화에도 반도체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반도체는 어떤 기술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Ⅰ. 용적률이 반도체를 살린다?
여기서 잠깐, 이 꼭지를 시작하며 인텔이 7 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미루었다고 이야기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잠시 들여다보자. 뉴스를 보면 삼성전자가 5 나노 공정에 성공했다느니, 애플이 5 나노 공정을 적용한 AP 제작을 TSMC가 수주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반도체 미세화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설명했다. 그런데 반도체 크기를 계속해서 줄이다 보니, 7 나노미터든, 5 나노미터든 오늘날 반도체 기업들은 어느 지점에서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자동차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반도체에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고민 끝에 한 가지 꾀를 냈다. 면적을 줄이는 대신 높게 쌓는 것이다. 100평짜리 땅에 2층 짜리 주택을 짓기보다는 20층짜리 아파트를 지어야 훨씬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Ⅱ. 비용이라는 그림자.
3차원 구조를 적용해 위로 쌓기보다는 어떻게든 면적을 줄이려고 한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가격 때문이다.
실리콘은 매우 저렴하다. 그런데 갈륨비소나 인듐비소는 매우 비싸다.
반도체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비용도 중요하다. 수요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성능도 디자인도 아닌 바로 비용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최대한 싸게 만들어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한다.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많은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이유가 뭘까. 운영 체제인 iOS를 자체 개발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처럼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나는 최대한 싸게 만들어 최대한 비싸게 파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가격 정책을 꼽겠다.
애플의 충전선 가격이 2만 5천 원에 달한다. 그 원가가 가실 얼마나 하겠는가. 그런데 애플은 그렇게 가격을 책정했고 또 그것을 사게 한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관심사는 5 나노 이하 공정으로 3 나노와 2 나노 공정을 먼저 완성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연구 개발비가 수십조 원은 족히 들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반도체 성능은 이미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크기를 줄인다 한들 얼마나 줄일 수 있겠으며, 그렇게 줄여서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을 바랄 수 있을까. 결국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경제성이다.
Ⅲ. 전 세계인을 직원으로 둔 구글?
메모리 반도체 편중과 5G 통신 시장에서의 약세 다음으로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구글을 예로 들어보자. 구글에는 리캡챠(reCAPTCHA)라는 것이 있다.
여러 장의 사진 중 자전거가 나온 것을 고르라거나 하는 보안 프로그램이다.
사실 리캡챠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구글의 지혜, 또는 속셈이 담겨 있다.
구글은 이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해 자사 AI의 능력을 향상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리캡챠를 쓰는 사이에 구글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얻고 있는 것이다.
AI는 자동으로 학습하며 능력을 키우는데, 이때 수많은 데이터를 공급해야 한다.
그 데이터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을 고용해 그것을 일일이 입력하라고 하면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다.
구글은 이 문제를 리캡챠로 해결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사람들이 무료로 구글을 위해 일하고, 그럴수록 구글의 AI는 점점 강력해진다.
Ⅳ.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HBM-PIM
삼성전자가 단언컨대 지구 최강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었다.
바로 HBM-PIM이다.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로 쉽게 말해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HBM을 상용화한 것은 SK하이닉스인데, 삼성전자는 이것을 PIM과 접목했다.
PIM은 지능형 메모리로 말 그대로 연산까지 할 수 있다. 정말 메모리 반도체의 끝판왕으로 특히 AI개발에 필수품이 될 전망이다.
[ 글을 마치며 ]
반도체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설계 능력과 제조 능력이다. 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고 한다면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중에서 경쟁이 더 치열한 쪽은 어느 쪽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설계가 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제조는 초기 투자금이 너무 크고 후발주자가 선도주자를 따라잡는 것이 현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만약에 후발 주자가 되어서 선도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그 경우에도 될까 말까 한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
이 때문에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런 업체들을 위해서 제조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파운드리 업체도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도체 제조 강국이다. 설계의 경우는 이미 미국이 꽉 잡고 있어서 쉽게 그 벽을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제조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 판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해서 업황이 힘들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이 되고 향후에는 더 큰 폭의 성장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참고 도서 : 반도체 넥스트 시나리오 (권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