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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Sep 28. 2023

AI 이후의 세계

챗 GPT는 시작일 뿐이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심층학습(딥러닝)이라는 새로운 학습에 기반한 AI는 왜 갑자기 성공했을까? 


우선 1980년대 초기 기계학습보다 발달한 알고리즘과 컴퓨터 기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심층학습의 진정한 성공 비결은 빅데이터다. 1980년에 기계를 학습시킬 당시에는 데이터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가 없었다. 


고양이 사진 100장과 강아지 사진 100장 정도로 아무리 학습을 시도해도 기계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 중반부터 보편화된 인터넷 덕분에 이제 천문학적 용량의 빅테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고양이와 강아지 사진을 10만, 100만 장 사용하자 드디어 기계가 세상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10년 전 우리는 사물을 구별하고 얼굴을 분간하는 인식형 AI의 시대로 돌입했다. 덕분에 휴대폰 자금 화면에 얼굴을 갖다 대 신분을 인증하고 자동차가 주변 차량과 보행자를 알아보는 자율주행차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30만 년 전 지구에 등장했다고 알려진 호모사피엔스, 그동안 우리는 오로지 인간만의 편안함과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런데 그 누구도 지구를 인간만을 위해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런데 그 누구도 지구를 인간만을 위한 모습으로 바꾸라고 허락한 적은 없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지적 존재였기에 그 권한을 가로채버린 것이다. 


이제 인간을 능가하는 진정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더 이상 외면하고 무시할 수 없다. 


챗GPT를 경험한 우리는 앞으로 인간의 자리와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하여 반드시 토론해야 한다. 


우리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나타나 우리에게 묻기 전에 스스로 먼저 묻고 답해야 한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며, 이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 


  Ⅰ. 이제 우리는 AI로 인해 허락되는 새로운 인식 혹은 이해의 차원에 관한 탐구를 시작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성의 시대에 이룬 기술적 성취가 아무리 대단해도 최근까지는 그런 성취가 산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전통과 조화를 이룰 여유가 있었다. 


지금껏 혁신은 이전에 사용되던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영화는 움직이는 사진이었고, 전화는 공간을 초월하는 대화였으며, 자동차는 마차에서 말을 빼고 마력이 있는 엔진을 넣어서 빠르게 움직이는 장치였다. 


마찬가지로 군대에서 탱크는 기마병이, 비행기는 대포가 발전한 형태였고, 전함은 움직이는 요새, 항공모함은 움직이는 활주로였다. 


핵무기조차도 이전의 전쟁경험에 기초하여 원자력을 대포로 활용한 무기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변화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제는 모든 혁신이 이미 우리가 아는 것의 확장판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과 AI의 발전으로 기술이 삶의 경험을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단순히 과거보다 더 강력하거나 효율적인 차원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것이 탄생하고 있다. 


컴퓨터는 성능이 증대되고 크기는 축소되면서 전화기, 시계, 가전제품, 보안 장치, 차량, 무기는 물론이고 인체에까지 들어간다. 


그런 디지털 장치들이 서로 즉각적으로 통신한다. 그래서 30년 전만 해도 수작업에 의존했던 독서, 연구, 쇼핑, 토론, 기록, 감시, 군사작전 수립 및 실행 같은 활동이 이제는 디지털화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리되고 모든 사이버 공간이라는 동일한 장소에서 발생한다. 


이 디지털화는 각계각층의 인간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은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예전보다 많은 정보를 보유한다. 


기업은 사용자 데이터를 취합함으로써 다수의 주권국보다 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부는 라이벌 국가에게 사이버 공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 공간을 탐색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때 적용되는 원칙이나 규제는 사실상 없다. 


정부에게 사이버공간은 라이벌보다 우위에 서고자 혁신을 일으켜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혁명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꿰뚫어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엄청난 분량의 정보가 엄청난 곳도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로 경이로운 업적이 많이 이룩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맥락적, 개념석 사고 능력이 저하됐다. 지금껏 인류는 집단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수한 개념을 만들었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그럴 필요성을 아예 못 느끼거나 적어도 시급하게 느끼진 않는다. 


그들은 사소하든 중요하든 궁금한 것이 있으며 그냥 검색엔진에 물어본다. 그러면 검색엔진은 AI를 이용해 질문에 답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생각의 많은 부분을 AI에게 위임한다. 하지만 정보는 그 자체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정보가 유용하게 쓰이려면, 적어도 의미가 있으려면 문화와 역사라는 렌즈를 거쳐 이해돼야 한다. 


정보에 맥락이 더해질 때 지식이 된다. 그리고 지식에 소신이 더해지면 지혜가 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소신이 생기려면 홀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용자에게 의견을 쏟아부으며 혼자 있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홀로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면 용기가 위축된다. 


온라인에서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게 됐다. 소프트웨어가 정보를 분류하고 정제하고 패턴을 토대로 분석하고 우리의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이제 우리가 입력 중인 문장을 자동으로 완성하고, 우리가 찾는 책이나 가게를 인식하고 이전의 행동을 기준으로 우리가 좋아할 만한 글이나 음악을 직감하는 AI의 기능이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 일상적 행위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AI가 삶에 점점 더 넓게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의 정신이 홀로 선택과 행동을 하고 체계화하고, 평가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Ⅱ. 인간 경험의 변화


누군가는 AI 덕분에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AI를 이해하는 사람은 소수일지 언정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AI를 만들고, 훈련하고 운용하고, 규제하는 사람들로서 AI와 인간의 파트너 관계가 만족스럽고 간혹 놀랍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 고문의 도움을 받는 정책 결정자와 기업 경영자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이미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에서 AI가 많은 혁신을 일으켰듯이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AI기술 덕분에 많은 사람이 기존에 인간의 이성이 선사하던 정도를 능가하는 경험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꼭 전문가만 아니라 기술 지식이 부족하거나 단순히 소비자로서 AI기반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사람도, 예를 들면 바쁜 와중에 자율주행차에서 책을 읽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경우처럼 빈번히 그런 프로세스에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 상품에 AI가 탑재되면 훨씬 많은 사람이 AI의 편익을 누리게 된다. 


AI가 노동의 본질을 바꾸면 많은 사람이 정체성, 성취감, 경제적 안정성에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 


그런 변화로 실직할 위험이 커지는 쪽은 아마도 전문 훈련이 요구되는 블루칼라 및 중간관리 직종, 데이터를 검토 해석하거나 표준 양식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의 비중이 놓은 전문직종일 것이다. 


만일 그런 변화로 효율성만 높아지지 않고 새로운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할지라도 설령 그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서 삶의 질을 향상하고 경제의 생산성을 키우는 과도기적 변화라는 사실이 단기간이나마 일자리를 잃은 당사자에게는 위로가 될 리 없다. 


어떤 사람은 마침내 잡무에서 벗어나 더 성취감이 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쾌재를 부르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보유한 기술이 시대에 뒤처지거나 불필요해졌다고 낙감할 것이다. 


이런 딜레마가 이 시대에 새로이 대두한 문제는 아니다. 기술 혁명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변화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과거에 방직기가 발명되어 노동자를 대체하자 신기술의 사용을 저지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자 했지만, 그런 시도가 실패하자 신기술을 파괴하려고 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농업이 산업화되자 농촌 인구가 도시로 대거 이주했다. 


세계화로 생산 공급 사슬이 달라지자 많은 사회가 변화와 소요를 겪은 후에야 전반적 발전을 이룩했다. 


AI의 장기적 영향을 차치하고 단기적 영향만 보자면 일부 산업 직군 구성원의 정체성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각 사회는 실직자에게 새로운 수입원만 아니라 새로운 성취감의 원천도 제공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 글을 마치며 ]


디지털 혁명이 가져다준 가장 큰 축복은 더 적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가 풍부해졌다고 해서 모두가 정보를 활용하는 시대가 된 것은 또 아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공유되다 보니 인간의 뇌가 발전하는 시간보다 정보가 더 빨리 증가하게 되었서 우리는 처리할 수 없는 정보의 양에 짓눌리고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는 훈련을 해야 하다.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는 것은 정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맥락으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A라는 정보가 전달이 될 때에는 이런 현상이 발생되게 된 이유가 존재하고 앞으로 A라는 정보가 가지고 오게 될 B라는 예상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스스로 거치면서 사색하고 고찰할 때에 우리는 정보를 지식으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지식으로 바꿀 때에 우리는 성장할 수 있고 지식을 활용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AI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예전에 비해서 많은 정보가 유통이 됨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정보량이 모이게 되었고 인공지능이 자기 학습법인 기계 학습과 딥 러닝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게 되면 AI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는 AI덕분에 역량이 강화될 것인데 그 집단은 AI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이다. 


인간의 뇌는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고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동일하게 꾸준하게 입력하고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체력이 줄어들면서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소수의 집단은 나를 대신해서 지속적으로 생각해주어야 하는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기업들을 예로 들면 싱크 탱크, 경제연구소 같은 조직을 말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조직도 리더에 따라 역량이 변화하게 되고 연속성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극소수의 사람들은 인간 대신에 생각을 해서 정보를 수집 처리해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업무를 대신해 줄 무언가를 상상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필요성이 대두된 시점이라고 본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발전되고 탄생되었지만 모두가 다 AI를 활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항상 그랬다. 과거의 산업혁명을 살펴보아도 기술을 발명하는 사람은 극소수, 기술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은 소수, 대다수는 기술을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유튜브는 큐레이션을 활용해서 더 많은 사용성을 높이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사를 자동적으로 추천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로 했는데 정보가 많지 않을 때에는 매뉴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실시간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가 범람하게 되면서 정확한 정보, 유용한 정보, 누군가에게 추천해 줄 만한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고 기계는 동영상을 인식하고 사람들이 예전에 봤던 성향의 것들과 유사한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이 과정을 통해서 유튜브는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발전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 볼 때에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감을 잠을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면서 어떤 점에서 편리함을 느끼게 되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편리한 추천 시스템 속에서 각각의 서비스를 판단해 보고 어떤 점이 더 우위에 있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혹은 시스템에 직접 참여해서 정보를 제공해보기도 하면서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인공지능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보면서 가장 나은 인공지능에 대한 평가를 해보기도 하면서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AI 이후의 세계는 이전의 세계보다 확실히 효율적이며 경제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개입이 줄어들어 실수가 줄어들고 원하는 아웃풋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전과 비견할 수 없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것을 사용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인공지능과 함께 데이터를 생산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인공지능의 주인이 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참고 도서 : AI 이후의 세계 (헨리 키신저, 에릭 슈밋, 대니얼 허튼 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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