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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아버지카페 딸 Aug 25. 2022

마음의 모양

명상을 배우며 가장 당혹스러운 일은 아마도 '마음'을 마딱 드렸을 때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내가 꼭 부처님 가운데 토막, 혹은 뭔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는데, 알고 보면 이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이 예상 밖으로 상당히 많다. 그리고 단박에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그것이 또 '마음'이라는 사실을 무척이나 대수롭지 않게,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의 처음을 되돌아보면. 나는 그리 덤덤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 경우에 속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설마, 하는 생각에 엉뚱한 짓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마음' 이란 것을 남들처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지금껏 내가 40년 가까이 오해하며 기대했던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서 내가 실제로 관찰하게 된 것은 너무 싱겁고, 심지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오랫동안 생각했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는 마음이 꼭 어떤 형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는 다른 기체의 성질을 지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데에 어떤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 아니라 있기는 했다. 무속인들이나 귀신 들린 사람을 보면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내 생각에는 무슨 가스GAS 같은 것이 작용을 해서 그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파티나 이벤트를 할 때, 풍선에 들어가는 헬륨가스를 마시면 목소리가 변하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니라면 딱히, 마음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톰과 제리의 고양이 톰의 뱃속에서 나온 하트 모양이나 구슬 모양은 아닐 것이고, 그보다는 좀 더 어른스러운 구실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적 상태를 우리는 흔히 딱 두 글자로 정의한다. 무지無知


이제 막 태어난 아기는 엄마나 아빠의 얼굴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엄마 아빠는 둘째 치고, 무엇인가를 인지할 정보 자체가 전무하다. 다만, 타고난 기질에 따라서 익숙하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아기는 엄마 아빠의 코나 입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따위는 관심조차 없다. 엄마의 뱃속에서 느낀 익숙함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냥, 운다. 


그러다 아기는 불과 수개월만에 폭발적으로 외부의 정보들을 습득해나간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모든 정보가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들이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받아들이는 자극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의 전부일 수도 있다. 아기는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외부의 정보들을 습득해간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아기가 처한 환경이나 유전적인 기질에 따라서 패턴화 된다. 그리고 또다시 받아들인 새로운 정보가 있다. 이들은 기존의 정보들을 기준으로 또다시 통합되고 재구성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아기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쉴 새 없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안에 통합되어 재구성된 정보들은 뇌와 연결된 온몸의 신경망을 통해서 외부 자극에 따른 반응을 조절하기도 하고, 신체의 대사에 필요한 여러 기능과 열량을 예측하여 계산한다. 참,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이견들이 등장한다. 반드시 뇌만 위의 기능들을 조절하는 지능을 가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장기 이식 후의 성격이 변했다던가, 전에 없던 취향이나 특출 난 재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세포기억설'도 많은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 안에 통합되어 재구성된 정보들은 제각기 여러 역할을 한다.   어떤 정보들은 단순히 신체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반면, 어떠한 정보는 감정과 기분을 좌우하고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필요하다. 또 어떤 것들은 언어적 표현을 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언어가 꼭 입을 통해 소리를 내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신체적 움직임이나 감정적인 표정의 변화도 모두 이 안에 들어간다. 


이렇게 우리의 신체 전반에서 일어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기능을 우리는 '마음'이라고 부른다. 사실, 우리가 눈앞에 스쳐가듯 이미지화된다고 믿는 감각은 우리 안에 새롭게 저장되거나, 기존의 정보들이 재조합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알고 보면 우리가 생각이나 마음으로 이름 붙여 떠 올리는 이미지도 사실은 이미지가 아닌, 홀로그램에 가까운 자극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미지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떤 느낌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바로, '나'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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