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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Sep 22. 2022

짜장면의  추억

:  강아지에겐 위험한 짜장면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늦은 봄

아버지는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셨다.

창고 한편에 쭈그려 앉아있던 낚시 가방을 열고, 그 안에 숨어있는 낚시용품들을 확인하고 계셨다.

어린 남동생은 그중에서 제일 상태가 좋은 낚싯대를 자기 것이라 하고는 가지고 가버린다.

여동생은 낚싯대에는 관심이 없고 마당에 세워둔 오토바이의 사이드미러를 들여다보면서

웃고만 있다.


남은 낚싯대는 끝이 성치 않은 고물.


아버지는 그걸 고치려 라이터불로 끝을 달구고 맨손으로 만지작만지작하신다.

보아하니 그 고물 낚싯대가 내 것이 될 것 같아, 좋은 것으로 달라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손으로는 낚싯대를 고치며, 눈으로는 나를 달랬다.

90CC 빨간 오토바이에 기름통 위에는 여동생이 타고, 뒷좌석에는 남동생과 내가 타고 

시원한 봄바람을 가르며 낚시터로 향했다.


지금은 도로에 차가 많아서 엄두도   일이지만,

30 전에는 주행하는 차량이 많지 않아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의 첫 여행이다.     

항상 벼농사에 과수원 때문에 여가를  틈이 없었는데,

날씨 좋은 봄날에 어떻게 시간을 내셨는지....


도착한 호숫가에서 동생과 나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가 잡히기만을 기다렸다.

동생의 낚싯대에는 연신 물고기가 올라오는데   것은 찌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낚싯대가 좋지 않아서 그래~”


또 시작된 투정

이쯤 되면 화를  법도 한데,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동생과  낚싯대를 가지고 이리저리 장소만 찾아 옮기는 나를 

번갈아 보며 웃음만 지으신다.

결국 낚시에 흥미를 잃은 나는 여동생에게 낚싯대를 맡기고 호숫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 


흐름 한 건물, 기울어진 간판, 여닫이문도 엄청 큰소리를 내며 열리는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주문 메뉴는  ‘짜장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발과 그 위에 검은 짜장, 오이채, 초록색 콩, 그리고 노란 단무지와

검은 춘장.......     


그때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었던 때다.

젓가락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수타 면발을 들고 입에 가져다 넣는 순간, 낚싯대 때문에

아침부터 꼬이고 꼬였던 마음이 스르르 부드럽게 풀어져 버렸다.               


 입가에도, 동생들의 입가에도 검게 묻은 짜장을 보며 흐뭇하게 웃음 짓던 아버지의 미소가 아직도 기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늦은 점심 마땅히 먹을 메뉴를 고르지 못할 때는 옛날의 그 추억을 기억하며

중국집으로 향하곤 한다.    


 

그런데 나에게 이렇게 좋은 추억을 주는 짜장면이  강아지에게는 거의 독약 수준의 음식이다.

 이유는 안에 들어가는 양파 때문이다.


양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양념 채소 중 하나로 이와 비슷한

부추과 (Allaceae )의 식용으로는 마늘 , 파, 부추 등이 있다.

강아지가 양파, 마늘, 파 먹으면 이들의 구성성분 중 유기황 화합물이 몸속에서

대사 되면서 발생되는 반응성 산화체가  적혈구  파괴하여

이로 인해 빈혈, 적갈색의 소변, 빠른 호흡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는데

빠른 진단과 처치가 없으면 생명을 앗아  수도 있다.     


며칠  저녁에 내원한 과일가게 ‘흰둥이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었는데, 먹다가 손님이 와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남은 걸  이놈이 다 핥아먹었어요”


보호자가 식사  손님이 와서  잠시 한편에 두고, 계산을 마치고 다시 먹으려고 보니 

마치 그릇이 설거지를 해놓은 듯이 깨끗해졌다고 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흰둥이의 입가 털에 검은 짜장이 아직 지워지지가 않았다.

짜장면의 단맛을 이 녀석도 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움직이지도 않고, 숨 쉬는 것도 이상하고…”


검사 결과 혈뇨에,  심한 빈혈.

양파 중독이었다.


입원 장안 흰둥이는 처음 먹은 짜장면이 마지막 식사가 될뻔했는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힘없는 꼬리를 흔들며 입가에 묻은 짜장을 혀로 핥고 있었다.          


우리는 입원장 문을 사이에 두고 함께 짜장면에 대한 추억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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