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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lue sky Feb 16. 2022

새가 제일 어려워

: 파랑새는 날아가 버렸다


그날은 비밀 아지트를 만들기 위해서 뒷산으로 향했다
비가  뒤여서 항상 다니던 산길도 풀이 웅성하게 자라 있어 

반바지 아래로는 가끔 따끔하게 풀잎이 스칠 때도 있었다.
아지트라고 해야  소나무  그루 사이 그늘이 지는 곳에 위로 텐트처럼 

나뭇가지를 꺾어서 덮고는 앉아서 노는 것이니 특별할  없지만 

그때는 더운 여름 , 무더위를 피할  놀이  하나였다.


미리   나무 아래에 다달을 무렵 나무 아래에서 뭔가 파닥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을 제치고 먼저 뛰어가서   확인하니 이제  날갯짓을 시작한 산새  마리.
온몸이 짖은 파란색으로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새집 또는 어미 새들을  수가 없었다.


둥지에 있다가 날개에 힘이 생겨서 호기심에 둥지 벗어났다가 제집을 찾지 했나?’


언젠가 집을 찾던지 아님 어미새가 데리고 가던지 할 것 같아 그냥 둔 채 다른 장소를 찾아 놀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밥때가 되어 집으로 내려가는 중 그 새가 생각이 나서 다시 조심조심

그 나무 아래로 향했다.


새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잘 돌아갔겠거니 하고 돌아서려는데 어디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덤불 속에서 파란 깃털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날지는 못하고 두 다리로 걷다가 길을 잃고 덤불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이데로 두면 산짐승의 먹이가  것은 뻔한 사실이어서 할수없이  

새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시작된 산새와의 동거.
가장  고민은  새 모이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마당 한편에 처박혀있던 잠자리채를 들고 

새 모이가 될만한 곤충들을 잡기 시작했다.    

양파망에 어느 정도의 곤충이 채워지자, 잽싸게 달려와서 산새의 입에다 먹이를 넣어주었다.
 마당에 있던 거름더미 안에 있는 지렁이도 좋은 모이가 됐지만 

조금씩 자라서 어느새 어른 주먹만큼 자란  파랑새의 먹이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먹이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 일이 발생했다.

  냇가에 송사리를 잡아다가 장난 삼아 던져주었는데 아니 이놈이  물고는 

머리를  두세  위로 젖히면서 송사리를 삼켜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후 곤충은 간식이 되고 , 미꾸라지 등의 물고기가 주식이 되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고민이 하나 생겼다.
학교에 다니면서  산새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다.  

이제 제법 어른 냄새가 나는데 , 사람이 주는 모이만 먹으니 

야생으로 돌아가기는 힘든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집에서는 누군가 새를 돌 볼사람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같이 다니게 되었다.


수업 때는 책상 안에 선생님 몰래 숨겨두었다가 중간중간 모이를 주고,  

방과 후면 같이 집에 돌아오는 산새의 도강이 시작된 것이다.  

하루는 책상 안에 공책을 편상태로 산새를 넣어두었는데,   위에다 엄청난 양의 똥을  것이다.   

하필이면  부분이  그날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숙제를 해놓은 페이지여서 숙제 검사를  때는 어쩔  없이 

숙제를  못했다고  거짓을 고하고 꾸지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새와 즐거운 학교 생활이 한창이던 어느 .

방과  학교 뒷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었다.
모두 산에서 급히 소나기를 피하려 뛰어내려 왔고, 나는 산새가 비에 맞을까 

 안에 비를  맞게 품고는 산을 급히 뛰어내려왔다.


한참을 뛰어 학교에 도착한   안에 산새를 꺼내는데.....
몸은 따뜻하지만 눈을 감은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앞이 캄캄해짐을 느꼈다.
온기가 있던 몸도 서서히 사늘해지자 그제야 산새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친구들은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나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원망하며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어릴  초등학교 5학년 여름의 추억은   밭두렁 아래  헝겊에 

고이 쌓인 산새와 묻혀버렸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어느 여름.
봉인되었던  추억을 떠올릴 일이 생겼다.


작은 의 소원이던   남보라색의 앵무새   마리를 분양받았다.
딸아이를 데리고 샵에서 앵무새, , 모이, 이유식, 등등을 사서 나오는데 

마치 30  산속에서 새를 품에 안고 내려오던 그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목을 움직이면서 숟가락의 이유식을 먹는 모습도 또한 옛날 산새를 키울 때의 느낌과 동일하였다.
 덕에  추억도 다시 느끼고......
작은딸은 ‘예삐라는 이름을 붙이고, 유치원을 다녀오면 항상 새집에 얼굴을   이야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집에서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여보 ‘예삐 새장 바닥에 누워있는데  움직여, 눈도 감았고,  도안 쉬고..”


분명히 아침에 나올 때도 아무 이상 없이 새장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위에서 왔다 갔다 놀기까지 했는데...


중이  머리  깎는다더니


전화를 끊은  허망하기가 말로 표현할  없었다.


문제는 유치원을 다니는 딸에게 ‘예삐 죽음을 어떻게 알려주느냐였다.
아내와 상의 끝에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예삐 엄마, 아빠 새가 너무 보고 싶어 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통하긴 했지만, 감정까지 컨트롤이 되진 않았다.


두 눈에 이슬처럼 맺힌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며

 나도 그런 맑은 눈물을 흘리던 그런 때가 있었다며,

밭두렁에 서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어린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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