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북극별
북극성
세 번째 단계 창조 이야기는 다이노 사회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조금 길어도 다이노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중요하다. 창조가 시작된 곳 가시바야구아 동굴에서 과아요나Guahayona와 아나가구야Anakakuya가 나왔다. 신 과아요나가 여자들을 모두 불렀다. 남자들을 다 버리고 자신과 함께 다른 섬으로 가자고 명했다. 여자를 모두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나가구야를 제거해야 했다.
아나가구야는 북극성의 왕이었다. 과아요나가 함께 카누에 탄 아나가구야에게 바닷속에 있는 코보cobo라는 큰 소라를 보라고 하더니 발로 밀어 바닷속에 빠트려버렸다. 코보 소라는 핑크빛으로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 깊은 물에 잠긴 아나가구야 이야기가 중요하다. 다이노 언어를 연구하는 쿠바 학자에 따르면 아나가구야는 ‘우주의 중심’이고, ‘정신의 중심’이자 ‘모든 것의 정수리’라는 뜻이라 한다. 북극성은 북쪽 하늘 가장 높은 북극 근처에 있다. 밤하늘에서 북극성은 사시사철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별은 그런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북두칠성도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북극성은 작은 곰자리에 속해있지만, 큰 곰자리라 부르는 북두칠성과 연결되어 있다. 천문학자들이 카리브해에서 북두칠성을 관측했다. 삼월과 사월에는 북두칠성이 동틀 때까지 밤바다 아래 잠겨있다. 코보 소라를 보려다 물에 빠뜨려진 북극성 가시관 아나가구야도 아직 지평선 아래 가라앉아 있다. 그 기간이 넉 달 정도 계속된다. 그 넉 달이 카리브 지역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우기다. 8월과 9월에는 북두칠성이 새벽 바다 위로 떠 오른다. 바닷물에 잠겼던 아나가구야가 돌아오는 때다. 이때 카리브해는 허리케인에 휘감긴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다이노들에 이제 곧 허리케인이 시작될 것임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북두칠성의 순환은 카리브 사람들에게는 그때도 지금도 너무 중요하다. 다이노들은 이런 북극성과 북두칠성의 운행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북두칠성의 움직임을 관찰해 운행도로 만들고 절기를 기록했다. 그 달력으로 농사를 지었다. 아주 먼바다까지 고기잡이를 떠났고 집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날 히스파니올라섬 한가운데 산후안데마가나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이 마가나의 가시관이자 섬 전체의 최고위 통치자 가온아보의 왕궁이 있던 곳이다. 가온아보를 포로로 잡은 다음 스페인 사람들이 세운 도시다. 가온아보의 도성이 있던 이곳은 카리브 지역의 다이노 연방의 수도 같은 곳이었다. 이 도시는 코르디예라 센트랄Cordillera Central이라는 큰 산맥의 서쪽에 있다. 이름대로 산맥은 이 섬의 중심이 되는 큰 산줄기다. 이 도시에서 가까운 산줄기에 큰 피라미드가 있다. 카리브해에서 가장 높은 지바우다. 바위를 높이 쌓은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편평하다. 그곳에 초가집을 짓고 조상인 하늘신에게 제를 올렸다. 시간이 흘렀으니 초가는 사라져 없되 피라미드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 지바우는 세 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 곳에 세워졌다. 이 지바우에서 가시관은 밤하늘 북두칠성을 보았다. 북두칠성의 국자 모양을 따라가면 곰이 나타난다. 물론 북극성과 오리온자리도 관측했다. 이곳에서 별자리를 보았을 때 동지와 하지, 춘분과 추분이 가장 정확하게 일치했다. 북극성을 향한 국자의 끝 별자리 연결선이 어디로 움직였는지에 따라 계절이 달라졌다. 동지와 하지, 춘분과 추분으로 나누었다. 북극성을 바라보는 국자 끝 선이 18°도 움직이면 1달이 바뀌었다. 이렇게 음력 달력을 만들었다. 12번 바뀌면 1년이 지났다. 1년을 360일로 나누었다. 1년 내내 별을 관측한 다이노들은 춘분과 추분, 동지와 하지를 기준 삼아 4 절기로 구분했다. 동지인 12월부터 춘분인 3월까지 카리브해는 건기다. 콜럼버스가 첫 번째 항해 때 도착한 시기가 이때다. 너무나 살기 좋고 아름다워 ‘땅에 있는 천국’이라고 쿠바를 묘사했는데, 그가 바로 이때 도착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만일 우기에 왔다면 무척 다른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 만일 허리케인이 몰아칠 때였다면 우레칸이 그의 상륙을 허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춘분이 지난 4월부터 하지가 지난 7월까지는 북두칠성이 바다에 잠겨 떠오르지 않는다. 첫 우기다. 이때 북두칠성이 새벽 바다에 떠오른다. 허리케인이 강타한다. 9월 추분을 지나 11월까지가 2차 우기다. 이때 연중 가장 비가 많이 온다. 별을 보고 절기를 나누고 때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수확할 시기를 알았다. 절기에 따라 바닷속을 오르내리는 물고기가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다이노 백성들이 배를 곯지 않았다. 이것이 북두칠성의 가시관 아나가구야가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