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이노
#134. 고무
고무공
콜럼버스는 놀랐다. 두 번째 항해 때 다이노들이 밭batú에서 검은색 공을 차며 놀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 공이 잘 튀어서 마치 “마녀가 살아 돌아다닌다”라고 생각했다. 통통 튀어 오르는 공을 발로 차서 상대 패의 영역으로 공을 보내는 경기를 했다. 공을 땅에 떨어트리는 패가 졌다. 발이든, 무릎이든, 팔이든, 어깨든, 팔꿈치든 다 사용해도 되고 손으로 잡지만 않으면 되었다. 아주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 이는 무릎을 잘 썼다. 지금의 족구와 비슷했다. 고무공으로 마을끼리 대항전을 하고 함께 제의를 올리면서 공동체의 단합에 활용했다. 민첩성과 순발력이 중요했다. 선수의 숫자는 경기의 규모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다. 남자팀도 있었고, 여자로만 구성하기도 했고, 혼성으로 패를 짜기도 했다. 가문이나 씨족 공동체끼리 패를 이뤘다. 15세기까지 남녀가 혼성으로 평등하게 스포츠를 경기했던 민족이 이들 말고 또 있었을까?
공놀이를 즐기는 다이노. 스페인인들은 이 공놀이도 밭이라고 오해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여태 이런 물질을 보지 못했다. 스스로 통통 튀는 물체를 처음 본 그들은 고무공을 악마가 씐 물건으로 여겼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공놀이하는 빈터도 ‘밭’이라고 이해했고, 공놀이의 이름도 ‘밭’이고, 그 공도 ‘밭’이라고 한다고 알아들었다. 인류학자들은 고무공 놀이가 빗살무늬토기와 농경문화를 가진 신석기인이 카리브에 들어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공놀이는 그때부터 중남미 전역에서도 행해졌다. 중남미 최초의 문명인 올맥Olmec문명 때부터 시작된 고무공 놀이는 콜럼버스 이후 기독교인들이 침략해서 원주민 문화를 말살한 뒤로 중남미에서 사라졌다. 베라크루스 해안을 중심으로 멕시코 지역에 널리 퍼져 살았던 맥족이 고무나무Castilla elastica에서 라텍스 성분의 수액을 받고 나팔꽃즙을 섞어 고무를 발명했다. 맥족의 고무공의 탄성은 유럽인들의 무의식 속 마법성과 관련이 있다. 쿠바에서 고무공을 처음 보았을 때 스페인 사람들이 마법사가 들어있는 공이라고 간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콜럼버스가 카리브를 침공할 무렵 스페인은 마법을 부리는 마녀들은 모두 화형 시켜야 마땅했다. 고무공은 악마였으니 공놀이도 금지되었다.
공놀이는 경기라기보다는 제례의식을 마친 후 마을 대항전으로 치러졌다.
마야에서는 공놀이를 폭폭Pok-a-Pok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스스로 소도So’to에 산다고 자부한 인디오 부족은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에서 아주 큰 집단을 이루었다. 이들도 기독교인들이 들어오면서 거의 절멸당했다. 소도에 사는 인디오들은 고무나무의 껍질에 상처를 내 즙액을 모아 공기 중에 놔두면 탄성 좋은 물질로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그들은 고무를 이용해서 공을 만들었고, 고무신을 만들어 신었다. 스페인 식민정복자들이 중남미를 지배하는 동안 고무에 관한 지식을 유럽에 널리 퍼트렸다. 유럽이 산업혁명을 거치며 기계 산업이 발달할 때 고무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자동차 발명은 곧바로 고무 타이어 발명으로 이어졌다.
1841년 미국의 찰스 굿이어라는 화학자가 추운 겨울날 무심코 유황을 섞은 고무를 난로위에 올려놓고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탄성과 내구성이 강한 고무로 변해있었다. 이것이 굿이어가 발명한 타이어였다. 굳이어 타이어Goodyear Tire가 탄생했다. 굳이어가 타이어를 대량 생산하면서 고무를 많이 필요로 했다. 벤츠와 포드가 자동차를 많이 팔릴수록 고무 수요도 폭증했다. 그때는 고무는 아마존에서만 생산되었으니 가격이 비쌌다. 그러니 고무 생산 플랜테이션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유럽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아마존에 들어왔다.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살았던 소도 인디오들이 유럽인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노예로 전락했다. 다이노의 한 부류인 그들도 굴종하지 않아 항쟁했다. 붙잡혀 처형당했거나 노예로 팔렸고, 쇠사슬에 발목을 묶여 고무나무 플랜테이션에서 죽었다. 벨기에가 식민지 삼은 콩고에서는 고무 플랜테이션에서 엄청난 아프리카인들이 죽거나 손발이 잘렸다. 가나안 족속을 모두 진멸시켜 버린 기독교 신은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룬 것처럼 아마존의 땅에서도 이루었다. 그 신은 소도의 천재적인 화학자들도 관용하지 않았다.
고무에 유황을 첨가해 탄성을 높 타이어를 발명한 찰스 굿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