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마요후아칸
마요후아칸
행사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은 서로 오른손을 악수하듯 마주 잡고 왼손을 상대의 어깨에 올린 후 마주 보고 춤을 추었다. 또 한 줄로 빙 둘러 원을 만들 듯 선 남자들은 발을 구르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춤을 추면서 돌았다. 여자들이 례도를 할 때는 동그랗게 큰 원을 만들어 한 줄로 서서 서로 오른손을 잡고, 왼손은 뒤 허리춤에서 서로 잡았다. 선창자가 북소리 장단에 맞춰 발을 떼면 모두 함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선창자가 긴 노랫말을 부르면 나머지 참여자가 후렴구를 함께 불렀다. 한가윗날 휘영청 뜬 보름달 아래 한복을 차려입은 한반도 여인들이 강강술래를 놀 때도 이런 춤사위로 추었다. 선창자가 가사를 부르고 일행이 후렴을 함께 부르는 선창-답창call-and-response 방식으로 노래 부르는 풍경은 ‘강강술래-강강술래’, ‘쾌지나 칭칭 나네-쾌지나 칭칭 나네’를 부르는 것과도 같았다. 동북아시아에서 늦은 자진모리장단에서 자진 자진모리장단으로 북장단을 두드렸듯 다이노들도 북을 쳐 구성지고 활기차게 장단을 잡았다. 례도에서 음악은 의식 전체를 통합했다. 아쉽게도 스페인 기록자들도 그 장단만큼은 기록하지 못했다. 라몬 파네는 “속을 파내 강하고 얇은 통나무를 두드려 공명음을 내는 마요하바우Mayohavau는 팔 하나만큼의 길이로 목이 긴 표주박 같다. 이 악기는 소리가 무척 커서 2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들린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악기다”고 기록했다. 마요하바우는 나무통 속을 파내고 윗부분을 H자 모양으로 홈을 파 소리가 새어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두 개의 나무 채를 두드려 박자를 냈다. 그런 마요하바우를 명주실 꾸러미로 감아 어깨에 걸고 두드렸다. 마치 우리가 북, 장구를 어깨에 걸 메고 두드리듯 했다. 이 마요하바우는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타악기와 똑같다. 크기와 생김과 H자 홈의 모양도 같은 데다 양손에 쥔 두 채로 악기를 두드리는 새도 같다. 이 악기를 다이노들은 마요후아칸Mayohuacan이라고도 불렀다. 벽화 속 고구려인들은 자신들의 나무 북을 무엇이라 불렀을까. 다이노들은 박으로 만든 악기 기러güiro를 연주했다. 기러는 긴 박 속을 파내고 말려 한쪽 면을 톱니처럼 규칙적인 홈을 판 후 막대나 솔로 긁어 마찰음을 낸다. 빨래판을 긁어 소리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짧게 긁으면 짧은소리를, 길게 긁으면 긴 소리를 낸다. 장단으로 박자를 만드는 타악기의 일종으로 현대 쿠바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악기다. 아스텍에서는 동물의 긴 뼈에 홈을 새겨 악기로 썼다. 마요하바우 북장단에 마라카스maracas를 흔들어 리듬을 만들었다. 마라카스는 조롱박의 속을 파내고 말려 그 속에 씨앗이나 가는 모래, 작은 콩알을 넣어 흔들면 착착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카리브해 사람들은 이 악기를 착착chac-chac이라고도 부른다. 마라카스도 현대 쿠바 음악에서 아주 중요한 리듬 악기다. 대부분의 쿠바 밴드는 노래하는 가수가 악기도 하나씩은 담당한다. 가수가 노래에 맞춰 밴드의 리듬과 박자를 지휘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가수가 손에 들고 흔드는 악기는 마라카스나 기러 둘 중 하나다. 이 두 악기는 연주법도 쉽지만, 악기가 내는 소리의 속성상 박자와 리듬을 주도할 수 있다. 례도에서 다이노들이 사용한 악기 마라카스와 기러는 살사, 룸바, 손, 트로바, 탱고 등 오늘날 모든 쿠바 라틴 음악에서 가장 핵심적인 리듬 악기다. 살사의 흥과 유쾌함은 이 두 악기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바나 사람들은 마라카스 하나쯤은 늘 갖고 다닌다.
언제든 마라카스를 흔들어 착착 소리에 맞춰 룸바를 출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개의 나무 막대기를 두드려 박자를 만들어내는 악기 클라베도 다이노들의 악기다. 클라베는 스페인어로 ‘열쇠key’라는 뜻이다. 클라베가 쿠바 음악 자물쇠를 푸는 열쇠처럼 중요한 악기라는 뜻이다. 례도에 참가하는 다이노들은 팔과 발목에 조개껍데기를 꿴 밴드를 착용했다. 팔과 다리를 흔들면 조개껍데기가 부딪혀 찰랑찰랑 소리를 냈다.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소리를 내는 악기도 불었다. 이런 악기를 서양 사람들은 플루트의 일종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단소, 대금, 소금이라 부른다. 안데스 음악의 대표적인 전통 악기 께나Quena는 우리의 단소와 같은 악기다. 아랫입술에 가볍게 대고 공기를 마찰하여 소리를 내는 연주법도 같다. 길이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대나무 관을 옹기종기 묶어 만든 안데스 전통 악기 식구Sicu는 동북아시아의 대나무 관대 악기 배소와도 같다. 여러 고구려 고분에 배소가 그려졌고, 백제금동대향로에도 12 관대를 묶은 배소가 새겨져 있다. 식구처럼 배소도 가로 폭과 길이가 50cm가 넘었다. 다이노들은 푸투투 소라고둥을 불었다. 고둥 소리는 나팔 또는 트럼펫의 역할을 했다. 동북아시아에서도 뿔 악기는 행차 연주에 기본 악기였다. 오카리나Ocarinas를 다이노들이 처음 불었다. 그것을 멕시코 정복자 코르테스가 유럽에 들여갔다. 다이노들은 오카리나 말고도 점토로 만든 여러 작은 악기를 입으로 불어 휘파람 같은 소리로 만들어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