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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48. 밀바

by 조이진

밀바

500년 전 다이노 아이들도 밀바milpa에서 곡식을 쪼는 새 떼를 쫓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다이노 말로 밀바는 ‘곡식을 키우는 넓은 밭’이라고도 기록했다. 콜럼버스가 상륙하던 날 카리브의 어느 밀바에서도 다이노 소년이 새를 쫓고 있었을 것이다. 쿠바의 시엔푸에고스는 세계적인 아름다운 항구다. 쭉 빠진 대왕 야자나무가 즐비한 아름다운 선착장에는 막 씻어낸 듯 빛나는 카리브해의 구름처럼 깨끗한 고급 요트들이 신사들의 흰 모자처럼 가득 떠 있다. 시엔푸에고스만 입구에도 ‘밀바’라는 지명이 있다. 밀바에서 밀을 심어 살았던 다이노들은 콜럼버스가 찾아든 뒤 모두 죽었다. 그날 이후로 밀밭에는 밀이 없고, 새를 쫓아 뛰는 소년도 볼 수 없었다. 대신 밀바는 러시아 핵잠수함이 기항하여 정비하는 군사시설이 되었다. 쿠바 사람이든, 러시아 사람이든, 쿠바를 삼키려던 미국 사람이든 ‘밀바’가 무슨 뜻인지, 어떤 곳이었는지를 아는 이들은 없다.

다이노들은 농사짓는 넓은 들을 밀바 또는 밭에bate라고 했다.

콩은 본디 아메리카에는 없었다. 사람을 따라 함께 이주해 온 식물이다. 유전공학은 콩은 동북아시아가 원산지라고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약 7,000~8,000년 전인 초기 신석기시대에 야생 콩을 농사로 키울 수 있는 종자로 개량해 재배해 식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반도에 900여 콩 품종이 있다. 세계에서 콩 종자가 가장 많은 곳이 한반도다. 그래서 한반도 사람들은 콩을 먹는 방법이 수백 가지에 이른다. 신석기시대 동북아시아는 농업혁명의 연구실이었다. 그 콩이 카리브를 거쳐 유럽에서는 1690년 독일에서 처음 경작되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상륙했을 때 다이노들은 메주, 유가, 감자, 고구마, 콩 같은 것을 주식으로 먹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밀 빵에 올리브유와 적포도주, 육류를 먹었다. 기독교인은 오직 밀이 기독교인의 먹을거리라고 믿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된 밀, 십자가에 못 박혀 한 알의 밀알이 된 예수를 믿었던 콜럼버스도 자신이 새 천년왕국 예루살렘을 건설할 한 알의 밀알이 되리라 했다. 기독교인들은 다이노의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이단이고 불신자들인 야만인들의 음식을 먹었다가 저주받아 자신들도 사탄이 되고 인디오로 몸이 변할까 걱정했다. 인디오로 변하면 노예가 될 터였다. 밀은 동북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같은 북위 30~60도의 선선한 기후에서 자란다. 최고온도가 30℃를 넘으면 생육하지 못한다. 유럽에서 밀알을 가져와 심었지만, 쿠바 같은 열대우림지에서는 재배할 수 없었다. 기독교인들이 굶주렸다. 콩이 콜럼버스의 배에 실렸다. 메주, 감자 씨앗도 함께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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